정유사, 기름만 파는 시대는 '옛말'..신사업 확장
떠오르는 '캐시카우' 윤활유, 실속 '든든'
2011-11-09 11:02:55 2011-11-09 17:56:20
[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유사하면 흔히 주유소 사업을 연관짓는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정유 사업에서 벗어나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신 사업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국제유가와 환율에 따라 움직이는 석유가격에 의존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포석이다.
 
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 GS칼텍스, 에쓰오일(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들은 설비·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정유와 연관성이 높은 윤활유, 석유화학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 윤활유, 정유사 매출 상승세 기여..'캐시카우'
 
윤활기유 사업이 정유사 실적에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인데다, 안정적이어서 정유사들의 실질적인 수익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윤활기유는 완제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 원료로 첨가제와 섞어 자동차·선박과 산업용 윤활유 완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
 
한편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대신 윤활유 부문은 꾸준한 영업이익을 기록해 정유사들의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자리잡고 있다.
 
각 정유사들은 앞다퉈 윤활유 부문을 자회사로 독립시키는 등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2009년 SK에너지에서 자회사로 분리된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 사업을 맡았다. 지난 8월에는 일본JX에너지와 함께 제3윤활기유 공장을 울산 공장 내에 건설, 내년 1월 상업생산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윤활유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4일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렙솔(Repsol)과 그룹Ⅲ 윤활기유 합작공장을 준공하기로 합의했다.
 
SK루브리컨츠와 렙솔의 합장공장을 통해 윤활기유 제품기준으로 일일 1만2000배럴의 생산규모를 갖추게 될 계획이다.
 
현재 SK루브리컨츠는 일일 울산 제1,2기유 공장에서 2만4300배럴과 인도네이사아 9000배럴 등 총 3만3300배럴의 생산규모를 갖고 있어 더욱 윤활기유 사업 확장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윤활유 사업은 3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정유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들의 윤활유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루브리컨츠는 3분기 매출 6943억원, 영업이익 198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윤활기유 사업의 매출 규모는 정유사업이나 석유화학 보다 적지만,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크게 높다.
 
SK루브리컨츠의 영업이익률은 28.5%다.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의 2.0%, 석유화학사업을 맡고 있는 SK종합화학의 8.5%보다 크게 높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윤활유(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과 울산에 생산설비 추가를 통해 매출액 기준 세계 10위권에서 3위업체 도약을 노리고 있다"며 "각 사업 부문별 성장전략이 구체화되고, 보유 신기술이 속속 상업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쓰오일의 3분기 실적에도 윤활유 사업이 큰 힘이 됐다.
 
에쓰오일은 3분기 윤활유 사업으로 매출 6947억원, 영업이익 2192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윤활유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31.5%에 달해 정유(0.3%), 석유화학(14.5%) 등 전체사업 분야 중 가장 큰 영업이익 규모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하루 4만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하는 국내 1위, 세계 2위 업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 최대 자종차시장의 호황으로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면서 "자동차용 윤활유 제품의 재료로 쓰이는 윤활기유는 수요가 견조하기 때문에 마진율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외 정유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 2007년 윤활기유 사업을 시작한 GS칼텍스는 지난 5월 중국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현지 윤활유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최근 윤활기유 사업 진출을 선언, 현재 설계작업을 벌이고 있다.
 
◇ 석유화학 사업에 속속 진출
 
업계는 또 석유화학사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석유화학 분야를 주력사업으로 지정했다. 과거 현대오일뱅크가 정유사업에만 주력했다면 이제 사업 중심을 석유화학 분야로 이동한다는 각오다.
 
지난 9월 대산공장 제2 고도화설비를 준공하고 정유부문 고도화율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등 신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신사업은 BTX(벤젠·톨루엔·자일렌), 프로필렌 유도체, 윤활기유 사업이다.
 
에쓰오일 역시 지난 5월 온산공장 내 BTX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을 확장했다. 9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과 28만톤의 BTX가 생산된다. 특히 파라자일렌 공장은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 에쓰오일 온산공장확장 준공
 
아흐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사장은 올 초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로 석유화학사업을 확장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미래 이익 창출의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GS칼텍스는 해외 석유화학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엔 업계 최초로 체코 카르비나에 복합수지 법인을 설립하며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말 공장을 착공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시장 상황과 정부에 눈치를 보는 정유만으로는 안정적 수익을 거두기 힘들다"며 "정유공정과 비슷한 석유화학사업 등 신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수익구조를 안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토마토 윤성수 기자 yss01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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