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올해 연말까지 선보일 '알뜰주유소'가 벽에 부딪혀 답보상태다.
2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정유사 간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 탓에 이날 예정됐던 공동구매 재입찰 계획이 연기됐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사에서 공동구매로 기름을 저렴하게 구입한 뒤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ℓ)당 최대 50~100원 싸게 파는 주유소를 말한다.
지식경제부는 오는 2015년까지 전국 자가폴 주유소와 고속도로 주유소 1300곳을 알뜰주유소로 전환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홍석우 신임 지경부 장관이 지난 1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알뜰주유소의 공급선을 확보키 위해 해외로부터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처럼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하지만 지난 15일 실시한 1차 입찰이 유찰된 데 이어 재입찰마저 연기돼 올해안에 알뜰주유소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재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3사는 정부와 주유소업계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1차 입찰을 유찰시킨 데 이어 재입찰이 이뤄지더라도 정유사들이 석유제품 공급 가격을 더 낮추기는 곤란하다는 분위기다.
입찰에 참여했던 정유사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시행한 기름값 100원 인하 정책에 참여해 2분기 영업이익이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알뜰주유소 재입찰이 이뤄지더라도 더 낮은 가격을 써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사 관계자도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알뜰주유소 물량을 낙찰받으면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겠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입찰 단가는 회사측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정부의 눈치만 살피는 가운데 자영주유소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유4사(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010950)) 자영주유소업체들로 구성된 협의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알뜰주유소에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거래관계를 무시한 것"이라며 "재입찰 역시도 유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또 "특정 정유사가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입찰가를 제시해 알뜰주유소 물량 공급자로 낙찰될 경우 해당 정유사의 상표를 달고 있는 주유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유소가 도산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뜰주유소에 더 싸게 기름을 공급하면, 알뜰주유소와 경쟁해야하는 다수의 자영주유소들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협의회는 "알뜰주유소에 제품을 공급하는 정유사에 대해 폴사인을 철거하겠다"고 경고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조만간 정유사와의 공급가격 의견 차이가 좁혀지면 다시 입찰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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