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43.사법연수원 22기)가 한·미FTA에 대한 불평등 조약 가능성을 제기한 가운데 대법원장이 다시 한 번 우려를 표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일 대법원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지금 사법 환경은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종래의 관행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법원의 장래는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러한 체제의 변화는 모든 법원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모두 다를 수 있으나 진정 나라와 법원의 앞날을 위한다면 각자가 자신을 중심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법원 구도와 틀을 먼저 생각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내는 대승적이고 지혜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의 이 발언은 변화하는 사법체제를 대처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나온 말이지만 최근 일부 법관들의 공개적인 한·미 FTA 비판에 대한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양 대법원장은 또 "국민은 법관에게 법률전문가이기에 앞서 사려 깊은 이해심, 불편부당한 균형감각, 높은 경륜과 포용력을 갖춘 원숙한 인격자이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민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선비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다'는 옛말이 가르치듯 법관은 항상 조심하고 진중한 자세로 끊임없이 자신을 도야하며 성찰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 1일 법조경력자 신규법관 임명식에서도 "독특한 신념에 터 잡은 개인적인 소신을 법관의 양심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최근 잇따라 제기된 현직 부장판사들의 한·미 FTA 비판을 우려했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지난 1일 법원 내부통신망인 코트넷에 한·미FTA가 불평등 조약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12월 한달 동안 찬성인원이 100명이 넘을 경우 정식으로 법원행정처 내에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TFT를 구성해 달라는 청원문을 만들어 대법원장님을 만나 뵙고 청원을 올리겠다"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었다.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2일 현재 김 부장판사의 의견에 찬성하는 판사들이 120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김 부장 판사는 이날 오후 5시에 게시물을 내릴 예정이다.
대법원은 이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방안을 논의하더라도 사법부가 재협상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면서 "김 부장판사의 ‘청원’이란 일부 판사들의 의견을 제안하는 성격으로, 적절성 검토 여부는 의견이 들어온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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