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류인생... 노력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이 내놓은 사회조사 결과다.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자신을 사회·경제적 하류인생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다. 심각한 문제다. 세계에 유래 없는 경제성장,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우리 국민들이 어쩌다 이런 패배주의에 빠진 것일까. 왜 경제지표와 대기업 실적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국민 대다수의 부는 늘지 않는걸까.
동반성장위원회는 위의 질문에 대답을 찾기 위해 지난 한 해 열심히 뛰어왔다. 수많은 관심과 반론, 오해 속에서 ‘동반성장’의 길을 닦은 2011년. 정말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지난해 8·15 대통령 경축사로부터 시작된 동반성장.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정책은 바로 공정한 사회를 위한 구체적 실천임을 천명한 정부는 21세기 한국경제의 지속성장 발전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동반성장’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3일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했다.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결하고 한국경제의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민간위원회, 산업생태계를 변화시킬 동반성장 문화 확산의 구심체, 동반성장위원회가 닻을 올린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동반성장위원회는 외롭고 힘든 길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공정거래와 기회균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먼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통해 대중소기업간 사업영역의 적절한 분할을 유도했다. 대기업의 반대와 중소기업의 과도한 요구, 최초의 사회적 합의라는 방식에 대한 오해와 불신들로 인해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나 500여회의 회의를 거듭하면서 격론이 오갔지만 결국 하나씩 합의점을 찾아 신청접수 된 230개 품목 중에서 3차에 걸쳐 70여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고, 경제민주화의 초석이 마련됐다.
동반성장지수도 위원회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항이다. 동반성장지수산정 공표, 대기업의 동반성장 이행실적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지수와 지표를 마련했고, 지난 10월 56개 대기업의 2700여 협력사를 대상으로 1차 협력체감도 조사를 실시했다.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력을 기반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지수선정의 주요 목적이다. 내년 1~2월, 2차 체감도 조사를 마치면 4월에는 종합적인 지수산정 결과를 국민들에게 공표할 예정이다.
대기업과 협력기업이 함께 추진한 협력사업의 최종 결과물인 대기업의 이익 또는 손실을 배분해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해 상생을 추구하는 이익공유제도 7차에 걸쳐 실무위원회를 개최하고 국내 대기업이 분야별로 활용할 수 있는 유형을 연구했다. 아직 대기업계와 갈등이 존재하고 있으나, 결국 ‘동반성장’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외에도 MRO문제 등 사회적 갈등을 적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상공인의 존재기반을 허무는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업체를 대상으로 동반성장 지침을 마련했고, 대기업 사업확장에 따른 중소기업 전문인력 유출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또 소프트웨어 업종을 비롯한 12개 업종별 위원회를 동반성장문화 확산 차원에서 꾸준히 운영했다. 이들 실무위원회와 200여명의 위원들은 향후 대한민국 경제의 동반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발전할 것이다.
한편 위원회는 제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동반성장 인프라 구축사업도 수행해왔다. 이에 삼성, 현대,
POSCO(005490),
한국전력(015760) 등이 위원회 설립 후 5000억 규모의 동반성장펀드기금조성을 약속했고, 주요 대기업도 속속 참여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사실을 입증하거나 멸실 등으로 인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보험’장치인 기술자료 임치사업은 유치성과가 2011년 12월 현재 1000건에 육박한다. 또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지원 사업, 해외동반진출 지원 사업, 생산성혁신 파트너십 지원사업과 같은 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대중소기업의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동반성장 문화확산을 위한 활동도 펼쳤다. 정운찬 위원장의 2백여 회에 걸친 강연과 인터뷰활동은 물론, 동반성장포럼, 세미나 등을 통해 주요이슈와 정책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동반성장주간 행사를 공동 열어, 대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반성장 분위기를 확산시켰다.
그 결과 동반성장위원회가 발족된 이후 사회적으로 동반성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이 크게 확산되고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올 7월 관계부처 합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반성장분위기가 지난해에 비해 많이 좋아졌으며(23.9% 상승) 거래의 공정성 역시 향상(12.1% 상승)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와 함께, 실효성있는 정부의 중소기업 인력과 원자재 확보지원대책(27.8%)과 대중소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개선(27.8%), 각종 불공정행위를 더욱 강하게 규제(25%)해야 한다는 과제 또한 제시(8월 중기중앙회 조사)됐다.
위원회는 계속해서 동반성장의 확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양극화 완화, 선진경제국가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 올해의 활동들은 동반성장이라는 큰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밭고르기에 지나지 않았다. 외부의 오해도 많았고, 우리의 미흡한 점도 많았다. 그러나 변함없는 사실은 동반성장은 시대적 과제인 동시에 우리 경제의 유일한 탈출구라는 점이다.
이에 위원회는 더욱 굳건히 동반성장의 2012년을 열고자 한다. 동반성장 뿌리를 견고히 하고, 가지를 넓게 뻗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건강한 선순환적 기업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패배의식에 짓눌리지 않고,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소중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전 국민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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