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중소기업청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대항마로 내세우고 있는 '나들가게'가 올해 총 1만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중소유통물류센터 확보나 공동구매 시스템이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앙꼬없는 찐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중기청 "올해 1만개 목표치 순항"
중기청은 지난해 12월23일까지 올해 새롭게 지정할 나들가게를 모집했다. 당초 올해 4700개 골목슈퍼를 '나들가게'로 육성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초과한 4800여개가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목에 위치한 일반 슈퍼가 나들가게로 신청하면 간판 교체와 카드 결제기기인 포스대(POS) 설치, 마케팅 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나들가게 지원 방식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중기청은 올해 정책자금융자를 포함한 1334억원을 투입한다. 다만 기존에 해온 컨설팅 부분을 줄이는 대신 나들가게 내 상품 진열대 구입을 늘리는 등 점포혁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7월부터는 나들가게의 매출 정보를 분석하는 '매출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나들가게의 효율적인 경영관리를 돕는다는 구상이다.
어떤 제품이 잘 팔리지 여부, 재고 보유 상황, 신상품 현황, 자금 유동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6월까지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 상인들 "간판만 바꿔주면 끝?" 불만
그러나 상인들은 심드렁한 반응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물류센터 확보나 공동구매 시스템을 확보되지 못한 상태에서 나들가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나들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하도 신청을 하라고해서 하긴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정작 중요한 것은 가격 경쟁력인데 위쪽에서는 아직도 전혀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나들가게 첫 출범 때 약속한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대형마트와 SSM의 가격 공세는 물론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고 울상짓고 있다.
가깝다는 골목상권의 지리적 이점에는 반드시 가격경쟁력이 뒷받침돼야 대형마트로 가는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들가게를 위한 통합물류센터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물류센터 건립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상의 이유로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해 잘 안되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예산 부담과 함께 정부가 그쪽까지 해야되냐라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 물류센터 건립예산 확보실패.."차선책 고민중"
기획재정부는 600억원이 드는 중소기업청의 5개 물류센터 건립사업에 대한 지난해 10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 없음'으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론내고, 올해 예산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예산확보가 이번에도 불가능해지자 중소기업청은 차선책을 고민하고 있다. 조합이나 민간 중심의 공동구매 시스템 확보를 독려하고 이 부분에서 정부가 필요한 부분을 측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배정받은 약 7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슈퍼마켓협동조합 등의 민간단체에서 공동구매를 간접적으로나마 도와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소상공인들이 정부 지원금에 지역별로 마련한 물류센터들마저도 구매 단위가 작고 대기업 상품 매입시 협상력이 떨어지는 현실이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 교수는 "중앙에서 관리하는 물류가 받쳐주지 않으면 나들가게는 결코 수명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거대 물류를 바탕으로 최대한의 평효율을 내고 있는 편의점과는 경쟁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경제적 타당성에는 슈퍼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 대한 복지를 비롯해 나들가게로 들어가는 물건에 대한 위생 등 비가시적 경제 문제도 감안했어야 한다"며 "스페인처럼 대규모 농축산물류센터를 통한 나들가게 경쟁력 뒷받침은 정부차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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