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제언 기자] 증권업계가 비좁은 여의도를 떠나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동남아, 중동, 남미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상반기(4월~9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는 4000만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구체적인 전략이 없이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해외진출의 현 주소와 향후 개선점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주)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진출 역사는 20여년이 넘어간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이미 미국과 뉴욕, 홍콩 등으로 나가 해외 진출을 위한 초석을 쌓았다.
이후 2000년대 중후반 국내 주식시장의 성장과 함께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한 정부 정책에 힘입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1일 금융중심지 지원센터에 따르면 해외에 현지법인이나 사무소를 두고 활동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는 총 19곳이다.
진출 지역도 미국(뉴욕), 영국(런던), 일본(도쿄), 중국(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 주식시장이 선진화된 곳뿐만 아니라 베트남(호치민), 캄보디아(프놈펜), 필리핀(마카티),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 초창기 자본시장이 성장하는 신흥시장도 놓치지 않았다.
허재원 하나대투증권 국제영업부 팀장은 "한국시장의 경제 규모가 어느 정도 크고, 우리 증권시장도 세계 10위 이내 규모"라며 "외국인 투자도 많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직접 해외로 나가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해 우리 시장에 투자하게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미 포화 상태가 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할 시기"라고 전했다.
특히, 헤지펀드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를 준비 중인 대형 증권사들은 금융 선진국 주요 거점에 대부분 둥지틀고 있다.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현대증권은 모두 뉴욕, 런던, 홍콩에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고, 도쿄에는 영업지점이 마련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뉴욕, 런던, 홍콩 외에 싱가포르 현지법인에서도 활동 중이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미국, 영국, 홍콩에 현지법인이 개설돼 있다.
◇ 지속적인 투자 불구 성과는 '아직'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은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에서 상위권에 포진된 증권사들 조차 해외에서는 큰 힘을 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4월~9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점포는 4330만달러(한화 498억원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위탁매매수수료 등 수수료 수익이나 유가증권 매매손익은 각각 790만달러와 810만달러 증가했지만 시설이나 인력 확충 등으로 인한 판관비가 4350만달러 증가한 것이 큰 요인이 됐다.
해외점포의 총자산 역시 작년 9월말 16억5450만달러로 3월말 대비 550만달러 감소했고, 자기자본도 지난해 9월말 11억5020만달러로 3월말대비 4440만달러 줄었다. 수익을 내지 못해 자기자본까지 까먹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시설 자금은 1회성 비용으로 처리한다 치더라도 고급 인력 확충을 위해 더 많은 투자가 지속된다면 수수료 수익 등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이상 증권사들의 해외점포가 큰 수익을 보기까지는 좀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이지만 아직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등을 상대로 경쟁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해외로 투자만 하다 끝나지 않을지 증권사들도 고민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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