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휴대폰에 ‘쿼드코어’, 왜?
2012-02-02 11:17:54 2012-02-02 18:14:14
[뉴스토마토 이형진기자] 휴대폰 제조사들이 조만간 휴대폰의 두뇌라 불리는 모바일AP(Application Processor)의 고성능화에 집중할 모양새다.
 
특히, 현존하는 모바일CPU 중 최고로 꼽히는 쿼드코어 방식 채택이 유력해 휴대폰의 성능이 지금보다 대폭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휴대폰 제조사 LG전자(066570)와 HTC는 이달 말 스페인에서 개막하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쿼드코어 AP를 장착한 상용형 스마트폰을 ‘세계 최초’로 내놓겠다고 벼르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005930), 노키아 등도 말은 안하지만 차세대 휴대폰에 쿼드코어 탑재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쿼드코어 AP를 내장한 스마트폰은 이미 지난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가전전시회(CES)에서 일본의 후지쯔가 시제품 형태로 선보인 바 있다.
 
문제는 휴대폰에서 쿼드코어 방식의 AP가 적합하냐는 데 있다. 집에서 쓰는 데스크탑PC나 노트북에서 쿼드코어는 일부 최적화에서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C나 노트북보다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휴대폰을 만드는 제조 메이커들은 이미 싱글코어에서 듀얼코어로 모바일AP 성능을 한차례 개선했다.
 
고가의 듀얼코어 스마트폰 일부에서는 최적화 실패로 발열문제와 함께 급속한 배터리 방전, 여러 가지 작업(멀티태스킹)시 기능이 정지되는 먹통 현상 등이 이미 보고되고 있다.
 
그래도 제조사들은 듀얼코어를 앞다퉈 채택했고, 출고가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물론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가던 싱글코어 휴대폰 가격은 최저 10%에서 30%까지 폭락했다.
 
휴대폰의 제품 주기는 대략 2년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몇 개월만 지나도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불가피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윤 확보를 위해 휴대폰의 기능을 하나라도 더 집어넣고 비용을 더 받아내야한다. 우리나라 휴대폰 가격이 외국보다 비싼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이동형디지털방송(DMB) 기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제조사들이 이윤과 세일즈 전략 때문에 듀얼코어 최적화에도 실패한 휴대폰을 시장에서 버젓이 파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고성능AP 채택을 대세로 몰아부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휴대폰을 직접 판매하는 우리나라 통신사업자들도 제조사의 쿼드코어 장착 열풍에 대해 고개를 갸웃해 하는 상황이다.
 
쿼드코어가 특별히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이나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제조사가 고성능 AP 탑재의 이유로 내세우는 고화질의 동영상은 모바일AP의 성능보다는 통신사 네트워크가 오히려 품질을 좌우한다.
 
또 롱텀에볼루션(LTE) 핸드오버 등으로 가뜩이나 배터리 부족 민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쿼드코어 AP 채택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휴대폰용 고성능 게임 탑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게임사들은 무거운 게임보다는 유료화 모델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유료화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게임의 경중은 알아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고성능AP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경쟁 통신사에서 ‘고성능 세계최초’ 마케팅에 쿼드코어 휴대폰을 내건다면 각 통신사들도 판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검증이 안된 '불필요'하게 비싼 휴대폰이 곧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거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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