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보험상품 설계까지 관여하면서…GA 판매 현장은 '무풍지대'
상품 설계까지 감독 확대…판매 현장은 적용 한계
자회사형 GA 판매 구조, 판매건수 쏠림 여전
2025-12-27 06:00:00 2025-12-27 06:00:00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는 여전히 모회사 상품 중심의 판매 구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설계 단계부터 개입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판매 단계에서는 전속 설계사와 GA 간 규제 적용의 형평성 문제가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상품 개발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요소가 있는지 사전에 점검하고, 약관 구조와 보장 내용을 면밀히 살피는 방향으로 감독 체계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이후 제재나 분쟁조정을 통해 대응해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보험사의 상품 설계·제조 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강도는 이전보다 한층 높아지는 흐름입니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보험상품의 사전 설계 단계뿐 아니라 사후 분쟁 관리까지 포괄하고 있지만, 실제 보험 판매가 이뤄지는 GA 현장에서의 상품 판매 쏠림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상품이 실제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과정, 즉 설계사와 GA를 통한 모집 단계까지 일일히 규제하긴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실제 보험 판매가 이뤄지는 GA 현장에서의 상품 판매 쏠림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보험회사 텔레마케팅 사무실 모습. (사진=뉴시스)
 
상품 설계는 사전 관리…GA 판매 단계는 규율 밖
 
금융당국은 보험상품 설계 단계에서 보장 구조와 위험 요소를 점검하고,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걸러내는 감독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약관 구성과 설명 방식, 보장 범위의 적정성을 점검받는 구조입니다.
 
반면 보험상품이 실제로 판매되는 GA 현장은 감독 구조가 다릅니다. GA는 보험사로부터 판매를 위탁받아 보험상품을 모집하는 대리점으로, 법적으로는 보험사의 판매 채널에 해당합니다.
 
금융위원회가 정한 보험업감독규정을 보면, 보험설계사가 500명 이상인 GA는 유사 보험상품 3개 이상을 비교·설명하고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 그 사유를 소비자에게 설명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상품별 수수료 구조에 대해서도 일정 수준의 설명 의무가 부과돼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판매 과정의 절차를 규율하는 성격이 강하며, 실제 계약 결과까지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장치는 아닙니다.
 
특히 보험사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는 GA의 경우, 외형상 여러 보험사 상품을 취급하더라도 실제 판매는 모회사 상품에 집중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금융당국 역시 자회사형 GA에서 모회사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구조를 인식하고 있지만, 현행 제도 내에서 이를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비교·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모회사의 상품 가입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면 제재할 방안은 없습니다. 대면이 아닌 전화·우편·온라인 등을 통한 비대면 가입은 비교·설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회사형 GA, 모회사 상품 신계약 비중 압도적
 
올해 상반기 기준 자회사형 GA의 신계약 실적을 보면 이러한 구조는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생명보험 부문 신계약 건수는 한화생명(088350)이 49만497건으로, 전체 생명보험 신계약(50만1444건)의 97.82%를 차지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금융서비스의 생명보험 부문에서 삼성생명(032830) 상품의 신계약 건수는 5만68건으로, 전체 생명보험 신계약 건수(5만2100건)의 96.10%를 기록했습니다. 삼성화재금융서비스의 손해보험 부문 신계약 건수는 삼성화재(000810)가 13만313건으로, 손해보험 전체 신계약 건수(13만5812건)의 95.95%를 차지했습니다.
 
이 밖에도 디비금융서비스의 DB손해보험(005830), 피플라이프의 한화생명, 신한라이프의 신한금융플러스 또한 각 손해보험·생명보험에서 자사의 상품 판매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이들 수치는 자회사형 GA가 취급하는 보험 계약 가운데 모회사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비교 판매 의무가 제도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 계약 결과에서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처럼 GA 판매 구조를 둘러싼 한계가 드러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개별 상품 판매 결과를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설계사 보상 체계와 영업 유인을 조정하는 방식의 정책 수단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정 보험사 상품으로 판매가 집중되는 구조 자체를 제한하기보다는 설계사와 GA의 수익 구조를 손질해 영업 행태 전반에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접근입니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제도가 이른바 'GA 1200% 룰'의 확대 적용입니다. 이는 보험계약 체결 첫해 설계사 수수료 총액을 월보험료의 12배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초년도 수수료 지급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특정 상품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더라도 설계사 개인에게 지급되는 금액에는 상한이 설정됩니다.
 
다만 적용 범위가 초년도에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지속성은 별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1200% 룰 확대 적용과 수수료 분급 체계 전환이 곧바로 GA 판매 구조 전반의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설계사 보상 체계를 조정해 단기 수수료 경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자회사형 GA를 중심으로 형성된 판매 채널 구조 자체를 직접적으로 바꾸는 장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설명 의무에 대한 매뉴얼을 지키되, 세부적인 설계사 역량에 따른 주관적인 문제"라며 "수수료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상품 선택과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쏠림 현상이 얼마나 완화될지는 제도 시행 이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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