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부실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축은행 구제 특별법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해 달라”고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해당 법안들이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은 없는지, 입법화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등에 대해 전문적 검토를 해서 적극 대응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말한 해당 법안에는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 외에도 카드 수수료율 상한을 정부가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도 포함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청와대는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의 경우 예금자보호법과 전면 배치될 뿐만 아니라 앞선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 또한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시장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고위관계자는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은 당정 조율의 대상이 아니다”며 “잘못된 법안인 만큼 국회에서 자체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 관련해 “지금 대통령 의중을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잘못된 법안이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당연한 수순 아니겠느냐”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저축은행 피해자들 대부분이 부산에 집중된 점을 감안, 총선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부산권 성적표를 위해서라도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당 부산 출신 의원들의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 자칫 힘겨루기로 비화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2008년 전대 돈봉투 사건 관련해 사의한 김효재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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