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새누리당이 곳곳에서 후보자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 탈락한 후보를 구제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전략공천하는 경우가 그렇다.
새누리당은 13일 7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서울 노원병에는 허준영(60) 전 철도공사 사장이 후보로 낙점됐다. 하지만 허씨는 지난해 12월23일 강남구 을에 가장 먼저 예비후보로 등록해 현재까지도 예비후보로 등재되어 있다. 거의 석달 동안 "강남의 자부심 허준영"을 모토로 지역구를 노렸다.
허씨의 트위터는 아직도 강남을 후보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강남구 을에는 이영조(57)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가 전략공천을 받았다. 그동안 이 지역 공천을 받기 위해 적게는 한달에서 많게는 석달동안 예비후보로 지역을 다졌던 맹정주(64) 전 강남구청장, 권문용(69) 전 강남구청장, 정동기(58) 전 청와대 민정수석, 서정숙(59) 새누리당 전국위원을 일순간 허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이날 허씨를 노원병에 공천했다. 이제 허씨는 '강남의 자부심'이 아니라 '노원의 자부심'을 넣어야 할 판이고, 트위터 소개글도 'PROUD 대한민국! PROUD 강남'에서 '노원'으로 바꿔야 할 상황이다.
이날 경기도 부천 원미구 을에 공천을 받은 손숙미(58·비례대표) 의원도 마찬가지다. 손 의원은 지난 1월5일 부산 중구동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정의화(63) 의원의 공천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손 의원 뿐만 아니라 나성린(59·비례대표) 의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공천을 받기 위해 뛰었다.
그런데 정 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는데 성공하자 손 의원은 부천 원미을에 전략공천했다. 나 의원도 예비후보 등록을 말소한 상태다. 나 의원도 아직 공천이 끝나지 않은 다른 지역 후보로 공천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고희선(63) 전 의원도 당초 수원 정(영통)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임종훈(58) 새누리당 정책조정부위원장에게 밀려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화성 갑에 공천을 받았다.
후보 돌려막기가 예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부산 사상에서 20대의 손수조(27)씨에게 밀려 공천을 받는데 실패한 설동근(62) 전 부산교육감과 김대식(49)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도 다른 지역 공천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민주통합당에서는 후보자를 돌려막는 행태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 자신이 희망한 지역에서 공천을 받는데 실패하면 그것으로 끝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11일 서울 마포갑 후보자 경선에서 노웅래(54) 전 의원에게 패배해 총선 출마가 좌절된 김진애(59·비례대표) 의원에 대해 일부 트위터리안들이 또다시 비례대표로 선출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는 지역구 공천이 좌절된 예비후보들이 잇달아 비례대표를 신청하고 있다. 경남 사천·남해·하동에서 여상규(63) 현의원에게 밀린 이상의(60) 전 합참의장, 과 이종찬(65) 전 민정수석, 서울 강남 갑에서 전략공천을 받은 박상일(53)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에게 밀린 채정석(55·강남갑) 변호사도 공천에서 탈락하자 비례대표를 신청한 경우다.
이들 외에도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새누리당의 돌려막기 공천은 아직 공천이 확정되지 않은 지역이 많이 남아 있어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미 자신이 희망하는 지역 공천에서 탈락한 전현직 의원들 다수는 또다른 지역의 전략공천을 기대하며 공천심사위원회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같은 후보 돌려막기는 지역구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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