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의 10% 이상 고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경기가 침체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에게 금융권의 높은 대출금리는 가계 부실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금융기관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금리 수준을 정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직접 현장점검을 통해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 고금리대출 비중 4.6%..금융위기 이후 최고
14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해 1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가운데 연 10% 이상의 고금리대출 비중은 4.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보다 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4.6%)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1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중 10%이상~12%미만은 1.4%, 12% 이상은 무려 3.2%에 달했다. 이는 전월보다 1.5%포인트, 208년 금융위기 때보다도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의 고금리대출 비중 증가한 것은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이어지면서 은행들이 리스크를 금리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권에서 유동성이 많음에도 가계대출 리스크를 크게 보고 있는 것"이라며 "여러 경제상황이 안좋고 부동산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도 없어 금리에 불확실성 요인이 반영되면서 신용여건이 높아진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리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대출금리를 올릴 요인도 없는데다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현재 대부분 은행들의 신용대출 금리가 8% 수준"이라며 "신용대출 금리가 10%가 넘으면 은행 자체적으로 대출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새희망홀씨나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 관련 상품은 부실률이 높고 대출에 보증료가 포함돼 대출금리가 10%가 넘을 수 있다"며 "하지만 이들 대출은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확대하라고 해서 늘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생보사 약관대출금리 최고 13.5%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의 금리도 10%를 넘어섰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시스템(3월2일 기준)에 등재된 국내 생보사 가운데 확정금리형 약관대출의 최고 금리가 10% 이상인 곳은 15개사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약관대출 금리는 상품 가입 시 정해진 예정이율(보험계약 체결후 만기까지 얻을 수 있는 예정수익률)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가산금리가 3%대에 달하다 보니 최고금리가 10%를 훌쩍 넘기는 생보사가 상당수 발생한 것.
생보사의 확정금리형 약관대출의 가산금리는 흥국생명이 3.75%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우리아비바생명(3.5%), 동양생명(3.25%), PCA생명(3.15%), 알리안츠생명·미래에셋생명·PCA생명·동부생명(3.0%) 등의 순이었다.
보험 가입자들은 자신이 지불한 보험금을 담보로 한 약관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생보사는 약관대출금리가 높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현재 약관대출금리가 10% 이상인 것은 과거 예정이율이 10% 이상인 상품들"이라며 "보험가입자가 해약환금급 범위 내에서 대출을 해도 보험사는 고객의 위험을 다 보장하면서 대출로 나간 금액을 포함한 자금을 운용해 고객에게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표면적으로 보면 약관대출 금리가 10%가 넘지만 실질적으로 보험가입자는 대출금리에서 예정이율을 뺀 가산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이라며 "운용관리 비용과 상환 수수료 면제 등을 감안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대출금리 산정의 합리성 따질 것"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권의 고금리 가계대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금융당국은 직접 현장점검을 통해 대출금리 산정의 합리성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건국대에서 열린 '캠퍼스 금융토크'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 상승이 불합리하게 높아진 측면이 있는지 검사국에서 불합리한 부분을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현재 예금금리나 시장금리가 오르지 않고 떨어지는 추세인데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어 대출금리 상승이 합리적인지 현장점검을 통해 판단하겠다는 얘기다.
이경식 금감원 은행감독국 은행영업감독 팀장은 "대출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사안이라 금리 수준에 대해서 직접 말하기 힘들다"면서도 "은행이 대출하는 입장에서 금리가 높게 산정한 것이 합당한지는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현재 금감원장 지시로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며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은행이 고객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한 경우엔 이를 개선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보사의 약관대출의 가산금리에 대해서도 계속 지도할 계획이다.
정신동 보험감독국 건전경영팀 팀장은 "현재 보험사의 약관대출 금리 중 확정형의 경우에는 가산금리가 회사별로 차이가 있다"며 "가산금리가 높은 회사에겐 연동형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라고 지도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단합 문제로 금융당국이 일률적으로 가산금리를 동일하게 하라고 지도하지는 못하지만 과도한 경우에는 지도를 한다"며 "현재도 보험사의 가산금리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지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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