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노현(58) 서울시교육감의 항소심 결과가 오는 17일 나온다.
이번 재판의 핵심쟁점은 곽 교육감이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박명기(54)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현금 2억원의 대가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다. 선고 결과에 따라 곽 교육감이 실형을 면할 경우 교육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다만,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이 1심과 별반 다를게 없어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검찰과 곽 교육감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 마지막 항변..심문만 8시간
3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동오)의 심리로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피고인 심문은 자정이 다 되서야 종료됐다.
곽 교육감은 이날 후보 단일화를 위해 금품으로 박 전 교수를 매수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당시 후보 단일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박 전 교수를 금품으로 매수하지 않았으며, 단지 선의로 준 것"이라고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당시 박 전 교수의 사퇴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어떠한 돈 거래도 허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박 교수에게 2억원을 준 것에 대해 "강경선(59)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로부터 박 전 교수의 어려운 사정을 전해 듣고 건낸 선의의 차원"이라며 "후보 사퇴의 대가는 절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곽 교육감은 아울러 '자신이 생각하는 도덕과 실정법이 서로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실정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진보교육의 미래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덕에 의해 돈을 전달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계속되는 질문에 그는 "해도해도 너무하며 이제는 질린다. 계속 반복되는 질문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소귀에 경읽기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뒤를 이어 박 전 교수는 "1심 재판은 재판을 받는 사람 중 한 사람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한 반면, 다른 한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불리했다"며 재판부에 호소했다.
그는 또 "나는 곽 교육감에게 금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곽 교육감에게 돈을 계속 요구한 것처럼 자꾸 사실과 다르게 편파적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새 증거 없이 항소심 종료
곽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찰은 1심과 동일하게 징역 4년형을 구형했다. 또 박 전 교수에게는 징역 3년에 추징금 2억원, 강 교수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에서 후보자 매수 행위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던 재판부는 징역형·집행유예가 아닌 벌금형을 선고했다"며 "실형을 선고받은 박 전 교수와 비교할 때 심각한 양형의 불균형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곽 교육감에 대한 벌금형 선고는 '법적 책임을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침을 주는 것과 같다"며 "1심의 오류를 항소심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유권자에게 100만원을 줘도 징역형에 처해지는 선례상 상대 후보에게 2억원을 준 곽노현 교육감 역시 징역형에 처해져야 한다"며 "곽 교육감은 이미 박 전 교수와의 이면합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으로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결국 다시 한 번 곽 교육감을 이번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했다. 곽 교육감이 일련의 사건을 주도했거나, 혹은 한발 물러섰더라도 고의적인 묵인 아래 단일화 협상과 금품 및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제공이 약속됐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1심과 같이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뚜렷하게 입증하지 못한 점과 곽 교육감이나 박 교수가 일관되게 대가성을 부인해왔다는 점에서 선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곽 교육감이 박 전 교수에게 건넨 금품에 대해 대가성을 인정하면서도 곽 교육감이 금전 지급 합의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판단해 곽 교육감에게 법정 최고 벌금형인 30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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