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 1990년 1월 자영업자 심 모씨는 A은행에서 민영주택자금으로 10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심씨가 받은 대출은 2010년 1월 만기로, 원금과 이자를 합해 매월 일정 금액을 상환하는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이었다.
수입이 불규칙했던 심씨는 매달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않고 2~4개월분을 한꺼번에 납입하곤 했다.
만기를 2년 앞둔 지난 2008년 심씨가 상환한 금액은 총 2267만5323원.
심씨는 문제 없이 대출금을 잘 갚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은행은 미납된 원리금을 내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적용한 대출금 상환방식이 달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심씨는 자신이 원금균등상환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심씨의 차용약정서에는 '원금균등'·'원금불균등'·'원리금균등' 방식 중 원리금균등에 동그라미로 표시돼 있었다.
원금균등상환은 원금을 매월 동일하게 나눠 상환하고 이자는 대출잔액에 대해 이후에 납부하는 방식으로, 초기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자 부담이 적다.
원리금균등상환을 적용하면 심씨는 원금 207만5590원과 이자 14만2457원을 합쳐 221만8047원을 덜 낸 것이지만, 원금균등상환 적용시 160만230원을 과다 상환한 것이 된다.
A은행 담당직원은 심씨가 상환방식을 표시했다고 주장했지만 심씨는 원리금균등 방식을 택한 기억이 없었다.
심씨는 "대출 당시 상환방식 차이점에 대해 설명을 받지 못했고 차용약정서의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에도 표시하지 않았다"며 "은행 직원이 임의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환방식을 적용해 이자를 과다 징수한 것인만큼 이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은행측은 "심씨가 상환 방식을 표시했으므로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을 적용해 원리금을 상환받은 것은 정당하다"며 "심씨는 미납된 원리금을 상환하라"고 반박했다.
실제금리를 적용해 만기까지 심씨의 대출 이자를 비교해보면 원리금균등상환시 이자는 1489만3370원, 원금균등상환시는 1107만5093원으로, 원리금균등상환의 경우 381만8277원의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한다.
대출당시 적용금리인 11.5% 이자율을 반영해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상환할 경우 원금균등상환보다 404만6511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A은행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심씨는 결국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누가 상환방식을 표시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A은행 직원이 대출약정시 신청인에게 상환방식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만큼 심씨가 상환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침해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은행은 고객이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심씨 역시 상환방식의 내용과 그 차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고 오랜 상환기간 동안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점, 매월 정상적으로 대출원리금을 상환하지 않고 한꺼번에 납입하는 행태를 보인 점, 그간 원리금균등상환방식에 따른 (기회)이익을 누린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상환방식에 따라 심씨가 상환해야 할 명목상 총 금액에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시간가치 등을 고려한 현재(미래)가치 측면에서는 양 상환방식에 따른 상환금액이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갖기 때문에 심씨의 실질적인 재산상 손해유무 및 구체적 액수를 산정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이번 대출건과 관련해 심씨와 A은행간 채권채무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즉, 심씨는 "미납한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는 A은행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되고, A은행은 "과도하게 받은 이자를 반환하라"는 심씨의 주장을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와의 분쟁시 상품에 대한 내용과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소비자 과실을 면키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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