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근저당 꼼수 '안돼'..기존대출 갱신때도 포괄근담보 금지
2012-04-15 12:00:00 2012-04-15 12:00:00
[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5년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A씨. A씨는 대출 당시 은행직원의 권유로 포괄근저당을 설정했다. 그 후 성실히 대출을 상환하던 A씨는 어느 날 자신의 주택이 압류된다는 통지를 받았다.  A씨가 보증을 선 친구가 대출을 연체하자 은행은 A씨가 설정한 포괄근저당이 모든 채무를 담보한다는 이유로 A씨의 주택을 압류한 것이다. A씨는 억울했다.
 
#직장인 B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한정근저당을 설정하면서 은행직원의 권유에 따라 피담보 여신에 '증서대출'로 기재했다. 이후 B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했다. 그리고 1년 뒤 B씨는 일반자금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B씨가 실직으로 일반자금 대출에 대한 원리금을 연체하자 은행은 증서대출이 모든 대출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B씨의 주택을 압류했다.
 
앞으로 개인 차주에 대한 은행의 포괄근저당 설정이 전면 금지되고 특정 채무에 한정되는 근저당을 포괄근담보처럼 확대 운영하는 것도 제재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15일 근저당관련 민원이 해마다 1000건 이상 지속됨에 따라 담보제공자에게 과도한 담보책임을 부과하거나 예상치 못한 재산상의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1월 개정 은행법에 따라 은행은 포괄근저당 요구를 할 수 없게 됐음에도 일부 은행들이 특약 등을 통해 담보제공자의 동의를 받아 여전히 포괄근저당을 설정하고 있고, 개정법 시행 전에 설정된 포괄근저당(지난해말 현재 90조원, 129만건)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은행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신규 대출뿐만 아니라 만기연장·재약정·대환과 같이 기존 대출을 갱신하는 경우에도 은행의 포괄근담보 요구 금지를 명확화 할 계획이다.
 
법 시행전 설정돼 만기가 많이 남은 포괄근저당은 일반근저당(한정·특정)으로 전환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예외적으로 포괄근 설정이 가능한 '객관적으로 편리한 경우'는 ▲장기·지속적인 거래가 있는 '법인기업'의 경우 ▲은행이 포괄근담보의 설정효과에 대해 충분히 고지한 경우 ▲차주에게 객관적으로 편리하고 차주가 원하는 경우 ▲은행이 앞의 세가지 요건에 대한 구체적 입증자료를 작성·보관한 경우로 구체화 하기로 했다.
 
단 이 경우에도 개인 차주에 대한 포괄근담보 설정은 전면 금지된다.
 
이와 함께 한정근저당을 포괄근저당과 유사하게 운용하는 행위도 금지되고 제재근거가 명확해진다.
 
한정근저당이란 담보채무가 특정 종류의 여신거래(당좌대출 등)에 따른 채무로 한정되는 근저당임에도 일부 은행들은 모든 대출을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인 '증서대출'로 지정케하거나, 대출과 무관한 카드·보증채무 등을 담보여신거래에 추가하는 방법으로 한정근저당을 포괄근저당처럼 운용해왔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피담보 여신거래 지정시 여신 종류가 구체적으로 표시된 서면을 담보제공자에게 제공해 선택하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할 방침이다.
 
또 피담보 여신거래의 범위가 확대된 기존 한정근저당은 대출내용에 맞게 담보범위를 축소토록 지도할 계획이다.
 
대출금을 다 갚아 근저당이 사실상 소멸됐음에도 은행이 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다른 근저당의 유효한 등기로 사용하는 '등기유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은행업감독규정도 개정된다.
 
금융당국은 대출상환시 은행이 의무적으로 근저당의 소멸·존속 여부에 대한 담보제공자의 의사를 확인하도록 할 방침이다.
 
근저당 소멸에 합의한 경우 말소등기를 해야함을 고객에게 안내하고 추가 대출은 은행이 담보제공자와 등기유용에 합의한 경우에만 담보권을 행사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근저당 존속에 합의한 경우에는 추가 대출시 기존 근저당으로 계속 담보된다는 사실을 담보제공자에게 명확히 고지하도록 은행 내규에 반영케 할 방침이다.
 
이밖에 제3자 담보제공자(민법상 '물상보증인')를 보호하기 위해 제3자 담보 대출시 담보제공자가 차주의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추후 차주의 채무상황을 알 수 있게 은행이 안내토록 하고, 만기연장·추가대출시 은행이 반드시 담보제공자의 동의를 받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담보부동산 매매시 은행의 승낙절차를 누락하지 않도록 통장·약정서 등에 매매내역 신고·안내문구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은행, 학계 등으로 은행 근저당권 관행개선을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 상반기 중으로 은행내규와 약관 개정을 추진하고 3분기까지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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