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독주시대)④무리한 수익극대화 행보, 왜?
2012-05-18 14:39:02 2012-05-19 17:55:58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마치 '욕조안 고래'와도 같아요. 커지기에 더 이상 공간이 없다는 의미죠.”
 
네이버 독점 논란은 지나친 수익성 극대화 행보에서 시작된다. 아무리 시장지배적사업자라 해도 건전한 성장을 추구한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광고주와 파트너사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무리하게 매출을 올리려고 해 비판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NHN(035420)이 이런 비판을 모르는 게 아니다. 업계 불만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사정이 있다. 그 배경을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주주자본주의'로 간명하게 정리한다.
 
“상장기업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주가를 띄워 주주들에게 이익을 안겨줘야 합니다. 만약 그게 잘 안된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목표를 관철시켜야 하는 거죠. NHN도 마찬가지에요. 구사업과 신사업 모두 상황이 좋지 않은데 별 수가 있나요.”
 
◇구사업 악화, 신사업 부진 ‘진퇴양난’
 
현재 주식시장에서 NHN의 시가총액은 10조원 이상으로 SK텔레콤(017670)KT(030200)를 능가한다. 주가수익율(PER)도 20배를 상회한다. 애플과 구글이 16~17배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주가란 미래가치를 반영한다"는 통설을 충족시킬 만큼 사업기반과 성장성이 탄탄한 것일까.
 
NHN의 수익원은 크게 온라인광고와 게임으로 나눠진다. 여기서 게임은 웹보드의 인기 하락과 신규 퍼블리싱 게임의 흥행 실패로 성장이 정체됐다.
 
그나마 온라인광고, 특히 검색광고가 신문, TV, 라디오, 잡지 등 기존 4대 매체보다 광고 효율이 높다는 게 입증되면서 지속적으로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단가가 천정까지 올라간 반면 효율은 유선인터넷 이용률 하락과 함께 떨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구사업이 부진하다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바일 등 신사업에서라도 성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SNS 부문에서는 페이스북·트위터에, 모바일 부문에서는 카카오톡·다음(035720)에 밀려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SNS 컨설팅기업인 누리터커뮤니케이션즈의 이승훈 대표는 “NHN이 너무 늦게 모바일과 SNS에 대처한 면이 있었다”며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혜안이 있었다면 나중에 이들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을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또 다른 관점에서 신사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제 NHN은 몸집이 너무 비대해져 전체 매출을 움직이려면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최소 천억대의 수익이 나와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더 이상 그런 아이템이 없다는 주장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야심차게 진출했던 해외사업까지 부진해 NHN은 점점 코너로 몰리고 있다. 특히 일본 검색사업의 경우 구글과 야후에 눌려 여전히 광고 상용화조차 실시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 한쪽에서는 “NHN은 수출 못하는 인터넷업계 삼성이다”라는 조소까지 나오고 있다.
 
◇줄어드는 경영진 지분..‘불편한 진실’
 
여전히 NHN은 영업이익률이 30%가 넘는 우량기업이다. 구사업이 정체되고, 신사업 성과가 미약하다고 해서 쉽게 위기감을 드러낼 만큼 취약한 기업은 아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이 하나 더 있다. 경영진 지분이 얼마 되지 않아 주주들로부터 지지를 얻기 위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 어떤 기업보다 크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해진 의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불과 9.51%에 그친다. 최대 주주는 다름 아닌 오펜하이머펀드(10.15%)다. 국민연금공단(6.78%),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4.26%)의 지분율도 상당하다.
 
경영진 지분이 적은 이유는 NHN 창립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원래 NHN은 삼성SDS 사내벤처인 '네이버컴'과 '한게임'이 합쳐져 만들어진 회사다. 2007년 이후로 김범수 전 대표를 비롯한 한게임 출신 임원들이 대거 나가면서 경영진 지분이 축소됐다.
 
따라서 주주들의 이익과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언제든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또 지금은 주가가 높아 그 누구도 섣불리 다가갈 수 없겠지만 상황이 바뀌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올해 최초로 현금배당이 실시되는 등 주주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결국 NHN은 '독점력을 이용한 수익 극대화'라는 외통수에 몰려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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