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웨스트에서 열린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2) 행사장.
첫 기조 연설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닌 아이폰의 개인비서 ‘시리’(Siri)였다.
음성인식기능인 시리는 이날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맡았다. 행사장에 모인 청중들을 향해 각종 농담을 던지며 긴장감을 털어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끌었다. 시리는 “나는 삼성의 새로운 제품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것들은 나를 흥분케 한다”고 말했다.
청중들이 고개를 갸우뚱하자 시리가 말을 이었다. “다만 폰이 아닌 냉장고”(Not the phone, the refrigerator). 시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행사장엔 웃음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시리는 팀 쿡을 다음 연사로 소개한 뒤 물러났다.
분위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농담이었다고는 하나 삼성을 향한 애플의 견제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애플은 그간 삼성을 향해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자극해왔다.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은 ‘원조’로서의 긍지와 자부심도 있었지만, 무섭게 따라붙는 경쟁사에 대한 시기도 깔려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이는 세계 10여국, 30여건이 넘는 특허소송을 불러왔다. 지난달엔 미 법원의 중재로 양사 최고 책임자(팀 쿡-최지성)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예상대로 신경전만 이어졌다.
팀 쿡은 이후 표준 특허권을 주장한 삼성을 향해 “한마디로 미친 짓으로 광기가 느껴진다”고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한편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차세대 맥북 라인과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iOS6를 전격 공개했다. 다만 기대됐던 아이폰5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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