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어처구니없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의 표현이다. 오너가 불법사찰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에 해당그룹은 발칵 뒤집혔다.
다들 말을 아끼며 표정관리를 했지만 불쾌감마저 감추진 못했다.
한 관계자는 "경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앞에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해놓고 뒤로는 사찰을 한다? 하다하다 이젠 별…"이라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불안감은 해당그룹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경제 5단체 관계자는 "삼성, 롯데, 포스코만 했겠느냐"며 "최소한 10대 그룹은 다 뒤지지 않았겠느냐는 게 내부기류"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단순한 동향 파악 수준이 아니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도대체 무엇에 이용하려고 했는지 배경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한 그룹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오너) 일정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며 "불신만 쌓게 되는 불필요한 짓이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정부와의 신뢰는 이미 깨졌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까지 했다.
검찰은 앞서 13일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주도한 불법사찰 대상에는 전·현직 국회의원은 물론 대법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주요그룹 총수들까지 총망라됐다.
재계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005930)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 윤석만 전 포스코(005490) 사장 등이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동향 외에도
신한(005450)금융그룹도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검찰은 권력 중심부로까지 사건을 비화시키진 않았다. 파문은 쉽게 수그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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