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내외 주요기관들과 민간연구소들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조정하고 있다. 급기야 3% 턱걸이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전망이 힘을 잃고, 상저하저(上低下低)로 경기가 바닥을 헤맬 것이라는 분석히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4%에서 3.0%까지 하향조정했다. 기존 3.4% 전망 역시 주요 민간연구소 중에서도 특히 낮은 전망치였지만 이를 더 끌어내린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는 수출이 주도하고 있으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확산돼 세계교역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세계경기 둔화가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하향조정은 국내외 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0%에서 3.5%로 낮춰잡았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25%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두 번이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지난 4월에 '한국보고서'에서 3.8%에서 3.5%로 낮춘 뒤 불과 한 달만에 3.3%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3.7%에 대해 비관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김준일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21일 여의도연구소 주최 정책토론회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4월에 전망했던 수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올해 성장률을 3.5%로 제시했지만, 그보다 더 낮아질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반기 경제에 대한 이 같은 비관론은 현장에서 더욱 팽배해져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이 국내 최고경영자 2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6%가 위기 해소가 지연돼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평가했다. 또 위기 악화로 하반기 경제파국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의견도 4.9%나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제조업체 2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3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도 전분기보다 11포인트나 하락한 88로 집계됐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수치화한 BSI는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를 의미한다.
비관론의 근거는 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실물경제의 침체다.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위축되고 있고, 소비와 투자도 심상치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4.5%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봤다. LG경제연구원은 2.5% 증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은 작년 같은시기보다 0.6% 감소했다. 수입이 1.1% 더 줄어서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수출입이 동반 추락하는 불황형흑자가 지속되는 것이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현대경제연구소가 각각 6%와 2.1% 수준으로 평가했고, LG경제연구원은 각각 4.2%,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두 기관 모두 2%대 느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달라진 국내외 경기상황에 따라 하반기에 경기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시경제기조의 급격한 변화를 주기에는 우리 경제의 체력이 아직 버틸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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