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6일 '박동석의 이슈&피플' 대담에서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어떤 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신 차관은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베이비부머 사이에서의 양극화"라며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일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책연구원(KDI)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총 인구의 14%(714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중 약 150만명이 현직을 떠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도 지난 5일 이명박 대통령 주제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어 `베이비부머를 위한 새로운 기회창출 방안`을 논의하고 세부 대책 수립과 필요한 제도 개선사항을 마련키로 했다.
대담 = 박동석 뉴스토마토 대표
-지난주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올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췄던데.
▲그렇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안좋다. 전 세계 성장률이 떨어짐에 따라 우리도 기존 3.7% 전망에서 3.3%로 수정했다. 대신에 물가를 기존 3.2%에서 2.8%로 수정하고, 고용은 기존 28만명에서 40만명으로 늘렸다. 경상수지도 기존 160억달러에서 180억달러로 수정했다. 이는 기존의 큰 경제정책의 변화보다 세계경제의 변화에 따른 조정의 의미가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아직 편성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기존의 기금에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공공기관의 투자 확대, 이월, 불용예산 최소화 등으로 8조5000억원을 마련, 경기활성화를 위해 집행할 계획이다. 이것이 이번 경제정책방향의 특징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
"세계경제 안갯속..경제 확실한 비전 갖기 어려워"
-세계경제가 안갯속이다. 하반기 경기 전망은.
▲하반기 경제가 좋아진다, 뚜렷하게 나아진다 등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뚜벅뚜벅 나아간다면 경제가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판단해 본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는 그 동안 수십년간에 쌓아왔던 불합리함이 터진 부분이라 상당히 오래갈 것이다. 이에 따라 단기간의 경제전망이나 확실한 비전을 갖기가 어렵다.
-유럽의 경제운용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가.
▲유로화의 탄생 자체가 이른 부분이 있다. 독일이나 기타 남유럽 국가들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을 뿐더러 재정통합이나 은행통합없이 무리하게 통화통합만을 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당연한 결과다. 경쟁력이 없는 국가에서는 빚이 쌓이고, 결국 못갚게 됨에 따라 나중에 구제금융 사태까지 벌어졌다.
-피그스(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가 세계경제의 불안한 시한폭탄이 됐다. 유럽의 경제위기가 통화 문제 뿐만 아니라 복지 등의 구조적 문제도 있는것 아닌가.
▲그렇다. 통화 통합을 무리하게 하다보니 기존의 자기 능력에 비해서 부채를 싸게 빌려 부채의 늪에 빠졌다. 그리스의 경우, 과거 최소 6~7%정도의 금리로 빌릴 수 있던 것을 거의 2~3%의 금리로 빌렸다. 금리가 싼 만큼 쉽게 썼고, 그 돈들이 복지로 갔다. 이런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어느 순간 시장의 인식에 따라 금리가 높아져 재정적자도 늘게 됐다. 이런 악순환의 기저에는 정치·경제·사회·복지 등의 문제가 종합적으로 내포돼 있다.
"유럽 재정위기 방어벽 축성..소비활성화 유도"
◇박동석 뉴스토마토 대표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는.
▲핵심과제는 우선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방어벽을 제대로 쌓아서 파장이 우리 경제에 미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난 1997년이나 2008년도와 같은 충격을 막고, 위기의 전파를 막는것이 첫 번째 과제다. 두 번째는 경제활력제고다. 앞서 말한대로 8조5000억원의 재정투자와 중소기업·취약계층 투자와 소비 활성화 등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추경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추경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해놓고 하반기나 연말쯤 추경을 집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최근 추경을 편성한 경우는 2008년 때다. 그때는 위기가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경제적 충격을 타개하기 위해 추경을 했다. 획기적인 대책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유럽 재정위기는 과거 위기와 달리 서서히 오고 있다. 섣불리 추경이라는 큰 무기를 썼다가는 나중에 잘못됐을 경우 대처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아직은 추경을 쓸 단계는 아니다. 다만 기존 예산 틀에서 최대한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추경은 재정에 충격..올해 계획 없어"
또 재정전건성의 문제도 있다. 추경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재정에 충격을 준다. 추경을 하면 재정이 적자로 가는 형태인데 외국이나 시장에 주는 메시지도 좋지 않다. 그래서 추경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물가 전망을 낮게 잡았다.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은데, 물가 전망을 낮게 잡은 이유는.
▲우리나라 물가 특징은 유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최근 유가는 내림세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물가를 잡게 잡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다만 서민생활에 밀접한 품목은 농축수산물로 자연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자연의 영향을 받는 부분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통구조의 개혁이다. 농협을 통한 유통시장의 개선과 재배·비축물량 확대, 할당관세 등으로 서민 밀접 품목에 대한 물가 관리를 추진할 생각이다.
-중장기전략위원회와 장기전략국이 신설됐다. 그동안의 성과와 계획은.
▲신설된지 얼마 되지 않아 성과라고 말하기 이른 부분이 있다. 다만 장기전략국은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다', '조직이 없었다'라는 생각이 들어 미래 전략 수립을 위해 만들었다. 이런 측면에서 경제·사회·문화 분야에 대한 분과를 만들었고, 오는 9월에 중장기전략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미래는 고령화·문화가 이끌어나가는 시대인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전략을 만들지 않으면 나중에 허둥지둥 할 것 같다. 9월에 장기전략보고서를 발표하면 상당한 참고가 될 것이다.
"노인복지 지출 취약계층에 타깃팅 필요 "
-베이비부머를 비롯해 은퇴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노후불안을 해소시킬수 있는 방법 없나.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나도 베이비부머 세대 중 하나다. 크게 봐서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후 어떤 생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베이비부머들 중 아주 생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복지 지출을 타기팅(Targeting) 해서 노인복지를 추구해야 한다. 또,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년연장을 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이들이 은퇴 후 문화생활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일만 해왔던 세대가 이젠 즐기는 세대, 누리는 세대로 탈바꿈 해야한다. 문화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이에 따라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베이비부머 사이의 양극화 문제다. 은퇴 후 문화적, 금전적으로 아주 잘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기부나 나눔의 문화를 잘 접목시켜 노인문제를 노인들끼리 해소하는 그런 대책도 구상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은 장기전략국을 만들때 기재부가 상당히 고려한 부분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베이비부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적어도 방향성 정도는 발표될 것이다.
"일률적 정년연장 곤란"
-베이비부머들의 정년연장 요구가 높은데.
▲정년연장 문제는 조심히 접근해야 된다. 왜냐하면 베이비부머들이 오래 일하게 되면 노동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청년계층의 일자리에 문제가 생길수 있다. 어떻게 하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잘 연착륙을 시키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일률적으로 정년연장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베이비부머 종합대책, 베이비부머들의 연착륙을 위한 방안들이 포함한 정책이라고 볼수 있나.
▲그렇다. 그것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다. 고용문제 포함해 복지, 문화생활, 나눔의 문화 등 포괄적으로 들어간 종합대책이라고 보면 된다.
-몇 차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냉랭하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뾰족한 방법 없나.
▲사실 부동산의 역사를 보면, 정책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 부문에는 일정한 시차가 있다. 경기가 안좋다보니 당연한 결과일수도 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것은 과거 2004~2005년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였을때의 거품이 꺼져 하강 기조에 있는 경기 싸이클 측면이 강하다. 세계경제가안 좋고, 경기전망도 불확실하니까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안 하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바닥을 다져가는 정책이 필요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근 이례적으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한국은행과 감정싸움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특별히 의도가 있었나.
▲그런것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되고, 자본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그 동안의 통화정책, 금융정책 목표 중의 하나가 거시건정성이다. 국제정치학학회에서 발제를 하다보니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금리·통화정책의 최종결정이 금통위에 있다는 것은 존중한다. 분명히 말하는 것은 정부와 한국은행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잘 하고 있다.
-금융·증권정책도 많이 다루셨다. 주식시장은 어떨것 같나. 궁금해하는 투자자가 많다.
▲잘 모르지만 말하고 싶은 것은 항상 뚜벅뚜벅, 일희일비 하지 말고 펀더멘탈 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긴 호흡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고 생각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 프로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코넬대학원 석사 ▲총무처 행정사무관 ▲재무부(행정관리담당관실, 투자진흥과, 금융정책과, 은행과, 국고과, 특수보험과, 국제금융과) ▲재정경제원(금융협력담당관실, 금융정책과, 미국 보험감독청) ▲재정경제부(국제금융센타, 대통령비서실 파견, 국제금융과장, 금융정책과장, 전경련파견) ▲국제금융국 국제금융심의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국장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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