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면접관 :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관이 들이닥쳤을 때 어떻게 할 텐가?
수험생 : 가장 먼저 출입문을 잠그고, 창문 밖으로 PC를 집어 던지겠습니다.
취업 준비생 시절, 스터디원으로부터 자신의 친구가 의외의 답변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합격했다며 전해 준 얘기다. 그는 수험생의 답변을 들은 면접관이 아주 흡족해 하더라며 A그룹 최종면접의 모범 답안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그 합격후기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설마설마 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이 공정위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태를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정위는 17일 LG전자에 대해 조사방해 혐의로 8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LG전자(066570) 직원들이 불공정행위 신고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부저장장치를 빼돌리고, 전자파일을 삭제한 점이 문제가 됐다.
LG전자를 포함해 올해 들어 공정위의 조사방해로 철퇴를 받은 기업이 벌써 3곳이나 된다. 지난 1998년 '삼성자동차 및 임직원의 조사거부 및 조사방해행위의 건'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18건, 14개 기업이 적발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조사방해 경험이 있는 대기업 그룹은 어김없이 같은 잘못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대기업 그룹사 가운데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단연 삼성그룹이었다. 삼성자동차(2008년),
삼성카드(029780)(2003년), 삼성토탈(2005년)을 비롯해
삼성전자(005930)는 2005년, 2008년, 2012년 등 그룹사를 통털어 총 6건이 적발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방해 행위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드문 일이 특정 기업집단에서는 버젓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는 과태료를 부과하며 해당 기업에 책임을 따져 묻고 있지만, 칼끝이 무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기업 집단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조사방해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서다.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위법 행위를 하건 말건 조직을 보호해야 한다는 맹목적 충성심이 대기업 그룹사 내부 구성원들의 뇌리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에 하나 이런 행위가 대기업집단의 기업문화로 뿌리내리게 된다면, 위법행위가 그 기업의 문화가 되는 셈이다.
이는 곧 설마하며 '농담' 정도로 여겼던 합격담이 수험생들에게 정답으로 굳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나쁜 정답이 수험생들의 머릿속에 상식으로 자리잡아가지 않도록 기업집단 스스로가 자정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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