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KT스카이라이프가 19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분쟁조정신청서를 내고 SBS가 채널협상 도중 프로그램 중단을 통보한 데 대해 책임을 물어달라고 요청했다.
SBS 프로그램을 실시간 재송신하는 데 따르는 요금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인 양측 갈등은 이로써 방통위로 공이 넘어가게 된 셈이다.
유료방송시장에서 ‘연례행사’처럼 불거지는 재송신 갈등은 방통위의 존재이유에 대해 회의마저 불러 일으킨다.
시청권을 볼모잡는 사업자의 고약한 버릇이 일차적 문제이겠지만, 사전 조정은커녕 사후 처리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방통위의 존재감이 워낙 미미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의 분쟁처럼 사업자가 법원으로 먼저 달려가는 행태도 반복되고 있다.
사업자가 해당 정부부처보다는 법에 먼저 호소하는, 말 그대로 '규제기관' 방통위의 굴욕이다.
사업자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그것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사업자간 이해를 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터다.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방통위가 그렇게 하염없이 고민만 하고 있을 일은 결코 아니다.
방통위가 재송신 제도 개선을 공언한 건 벌써 수년 전이다.
개선안을 진작 마련했다면, 아니 최소한 지난 연말연초 ‘지상파3사 화질 저하’나 ‘KBS 2TV 블랙아웃’을 겪고 나서 재발 방지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면 SBS가 “20일부터 HD 방송을 끊겠다”는 식의 협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통위는 재송신 제도 개선을 놓고 4월 내내 ‘티타임’만 가지고는 여태 안건 상정을 미루고 있다.
방통위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대선 이후 기구 개편을 앞두고 적당히 자리 보전해가며 묻어가려 한다는 원성이 높다.
방통위가 시청자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그저 사업자들의 협상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모든 사업자는 이른바 시장 논리에 따라 '정글의 영업'을 하면 되고 분쟁이 생기면 법원에서 해결을 보면 되기 때문이다.
방송사업자간 재송신 분쟁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지금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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