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부가 부동산규제의 빗장을 살짝 풀었다. 금융당국이 절대 불가를 선언한 총부채상환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일부 완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끝장토론의 결과 힘겹게 DTI 일부 완화안을 내놨지만 시장은 반응은 냉랭하다. 찔끔찔끔 나오는 대책에 또다시 실망한 모습이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요가 한정되고,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침체를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 갚을 능력있으면 더 빌려준다
청와대는 지난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내수 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 집중 토론회'에서 DTI규제 일부 완화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내수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은 당시 브리핑에서 "DTI 규제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실수요자 특성에 맞춰 일부 불합리한 부분을 보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득은 없지만 자산이 많은 은퇴자 혹은 무주택이지만 미래 소득이 확실한 젊은 계층에 대해 DTI 규제 완화 대상으로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가격 하락 등 기존 차입자의 만기연장 관련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 DTI 완화를 중심으로 한 내수활성화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를 다음달 안에 마련할 방침이다.
◇ “끝장 토론 끝에 나온 얘기가 겨우 이거라고?”
“밤샘 토론 끝에 나왔다는 내용이 겨우 이건가, 전면적으로 풀어줘도 될까 말까한 분위기인데 이렇게 풀어줘봐야 효과도 없다. 시장 상황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방문객들도 내용 훑어보고 보나마나한 내용이라고 말한다”
대치동 ‘ㅌ’ 중개업소 대표의 탄식이다. 주말 갑자기 나온 DTI 규제 완화 소식에 큰 기대를 했지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수요가 자산가 등으로 한정돼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포동 ‘ㄱ'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말이면 양도세 중과세 완화가 끝나고, 전망도 어두운데 자산가들에게 대출 여력을 더 늘려준다고 집을 또 사겠는가, 솔직히 은행에서 돈을 안 빌려줘서 집을 못사는 사람들이 아니다”면서 “가수요가 시장을 끌어줘도 받춰주지 않으면 시장 회복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고 전했다.
전반적 경기 불황 속에 주택 매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제 감면안이 더 효과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H' 건설 주택사업자는 “어려운 경기 상황을 감안해 당장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는 세제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며 “취득세나 양도세같은 당장 주택 구입·매각 자금을 줄여줄 수 있는 내용이 더해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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