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프랜드선언' 문제 없다" 첫 판단..해외소송에 영향 줄듯
아이폰, 당장 판매금지는 피할듯
2012-08-24 17:28:05 2012-08-24 17:28:58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폰에 대한 특허소송에서 '숙적' 애플사에게 사실상 승리했다.
 
24일 법원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통신표준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반면 "삼성전자도 애플의 '바운스백' 기술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결론을 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양측의 일부 특허침해사실을 인정했지만 삼성전자가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갤럭시S2 등의 '인터페이스 특허'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다. 결국 현재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태블릿 제품들에 대한 특허침해사실은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애플이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 삼성전자의 특허는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인 아이폰3GS와 아이폰4, 아이패드1·2의 데이터 전송에 대한 특허기술로 이에 대한 침해가 인정된 만큼 해당 제품의  판매금지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선고에서 법원은 해당 제품의 판매금지 등을 명령했으나, 애플이 아이폰4 등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이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판매금지·폐기' 명령은 상대방에게 판결문 정본과 집행문이 전달되는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지만 재판부의 가집행 판결에 불복하기위한 집행정지 신청이 있을 경우 판매 중단 시점은 길게는 대법원 판결 확정시까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판결은 소송 당사자국에서 처음 내려진 본안소송에 대한 판결로 실질적인 패배를 맛본 애플측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역시 여러 손익점을 따져보겠지만 완승을 위한 항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선고한 각 사안별 쟁점을 두고 양측은 항소심에서 더욱 격렬한 공방을 주고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애플이 삼성 특허 2건 침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데이터분할전송, 무선데이터통신 등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냈다.
 
애플이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배준현)는 삼성전자가 애플사를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서 "애플이 판매하는 아이폰3GS와 아이폰4, 아이패드1,2의 제품이 삼성의 일부 특허를 침해하고 있으니, 애플이 1건에 2000만원씩 삼성전자에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관련 제품의 판매금지와 폐기처분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삼성은 애플의 3GPP 통신표준과 관련된 특허 4개와 무선단말기의 데이터 서비스 제공 방법에 관한 특허 1개가 자사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해왔다.
 
법원은 이 가운데 975특허(셀룰러 부호분할 다중접속 통신시스템에 관한 것)와 900특허(이동통신 시스템에서 미리 정의된 길이 지시자를 이용해 패킷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방법 및 장치)를 애플이 침해한 것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두 제품의 구성요소를 대비해보면 애플의 3GPP 표준은 975 특허의 구성요소를 모두 구비하고 있다"며 "애플의 제품은 삼성측 975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900특허의 신규성과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아 삼성의 기술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삼성이 프랜드(FRAND) 선언을 위반했다는 애플의 주장도 배척했다.
 
삼성전자로서는 표준특허에서 애플의 침해를 입증하는 동시에 애플의 방어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프랜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줄인 말이다.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특허로 우선 제품을 만든 다음 나중에 적정한 특허 기술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그동안 1년이 넘게 지속된 공판에서 양측 대리인들은 FRAND에 관한 이번 판단이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다뤄진 적이 없는 첫 판단이라며 여러 차례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특허에 대한 프랜드(FRAND) 선언을 한 뒤 애플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거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소송으로 시장에서의 독점을 유지·강화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현저하게 차별적인 가격 등 불공정한 조건을 애플에 제시했다고도 보기 어려워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볼 근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법원 "삼성 심미김 주는 디자인, 애플 단순함과 달라"
 
반면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맞소송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의 화면경계 표시 기술인 '바운스백'(사용자가 제품의 화면 경계를 넘어가도록 조작할 경우 빈 공간을 보여준 뒤 복귀하는 방식)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 1건에 대한 침해를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이 애플에 2500만원을 배상하는 한편,  갤럭시S2, 갤럭시탭10.1 등 제품을 판매금지 및 폐기처분 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그동안 애플은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가 제품의 외관, 기기 화면의 문서 조작 인터페이스, 화면 잠금 해제 방식, 아이콘을 일정시간 이상 누르면 화면 재구성 모드로 돌입하는 방식, 입력 오류 방지 인터페이스 등을 도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이 애플의 인터페이스 관련 특허(바운스백·120특허)를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디자인 부분의 특허 침해는 전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20 특허의 '전자문서의 가장자리를 넘어서는 경우 전자문서의 이동 속도가 느려지는 구성'에 대한 발명은 신규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바운스백은 손으로 기기 화면을 터치해 스크롤 하다 가장자리 부분에서 바로 반대로 튕기는 기술로, 현재 삼성전자는 신제품에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상(568디자인)'과 '아이콘 모양(156디자인)' 등 6건의 특허에 대해서는 삼성의 디자인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제품을 비교하면 둥근 모서리에 직사각형 모양이 유사하지만 기존의 프라다폰 등을 보면 이미 공지된 디자인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또 "구성요소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심미감이 달라진다면 삼성전자 제품은 애플과 다른 심미감을 준다"며 "삼성은 정면 하단 버튼 모양 및 개수, 측면 곡선, 배면의 도안 및 카메라 등의 디자인 등을 애플의 디자인과 달리해 미니멀리즘에 기초한 애플 디자인의 단순함과는 차이가 있는, 다른 형태의 심미감을 주는 이동통신기기의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화면 속 아이콘 디자인 특허와, 밀어서 잠금해제 기능 등 애플이 제소한 UI(사용자환경)에 대해서도 삼성전자의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美 법원 25일 본안소송 선고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특허소송 3건 중 가장 먼저 내린 우리 법원 최초의 판단으로,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진행되는 본안소송 등 법적 분쟁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장 현지 시각으로 25일 내려질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에서의 판결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은 애플을 상대로 '화면 분할에 따른 검색종류 표시방법, 가로·세로 회전 상태에 따른 사용자인터페이스(UI) 표시방법, 단문메시지(SMS)와 사진 표시방법 등 특허를 침해했다'며 추가 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과 애플은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모두 9개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진행 중이며 그동안의 선고는 한마디로 백중지세다.
 
가장 처음 본안소송을 내린 곳은 독일로 지난 1월 독일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이 3G(3세대) 이동통신 특허를 침해했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영국법원은 지난 7월 삼성전자의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이 주장한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이보다 앞선 지난 6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소송에서 "애플 제품이 삼성의 3세대(3G) 이동통신 특허 4건 중 1건을 침해했다"며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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