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12일 열린 이진성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와 청문위원으로 나온 서기호 무소속 의원과의 대면이 눈길을 끌었다.
서 의원은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다가 재임용에서 탈락해 올해 2월 법복을 벗었다. 당시 그의 재임용 탈락을 두고 그가 법원 내에서 진보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던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돌았다. 그 여파로 일선 법원에서는 평판사들이 판사회의를 열어 법관 인사에 대한 투명성 제고를 대법원에 요구하기도 했다.
서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를 상대로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처분을 집중 추궁했다.
신 대법관은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08년 11월 '광우병 촛불집회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부 단독판사들에게 "헌법재판소가 근거조항인 야간집회 금지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 대한 심리를 끝내기를 기다리지 말고 관련사건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라"며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독려했다. 또 상당수의 촛불재판 사건을 특정 단독판사에게 임의로 배당했다.
당시 신 대법관은 유력한 대법관 후보자였고, 서 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 이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차장직에 있었다.
이후 2009년 2월 신 대법관이 취임 직후 '촛불재판 개입' 의혹이 터져 나왔고 법원 안팎에서 비난여론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때 서 의원은 신 대법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법원 내에서 주도했다.
사건의 파장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자 법원행정처는 같은 해 5월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마친 뒤 재판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 소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신 대법관은 현직 대법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경고'조치를 받고 사건이 일단락 됐으나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탄핵 움직임이 이는 등 파장은 오래 갔다.
신 대법관 사태의 파장은 당시 법원 내부에 있었던 이 후보자와 서 의원이 만난 국회 인사청문위원장에서 3년만에 재연됐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신 대법관이 회부된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었다.
서 의원은 이날 오전 첫 질의에서 "당시 신 대법관의 비위행위는 법관징계법 2조 1호에 정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당연히 징계위에 회부했어야 했지만 윤리위에 회부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나마 윤리위에서는 '재판관여에 의심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다. 마치 재판개입이 명백한 게 아니고 그렇게 보일 수 있다. 적법한데 부적절한 걸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윤리위 부위원장이었던 이 후보자도 같은 생각이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윤리위에서도 재판에 개입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간략히 해명했다.
시간이 다 돼 두 사람의 공방은 잠시 멈췄지만 다른 위원들의 질의가 끝난 이후 계속됐다.
서 의원은 "신 대법관이 재판에 개입한 것 맞지 않느냐. 헌법상 어느 조항에 위배되는 것이냐"라고 질의했고, 이 후보자는 "그렇다. 개입했다"며 "법관의 재판상 독립은 헌법상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반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서 의원은 "당시 평판사 회의 때 판사들은 신 대법관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문제를 추가로 제기하면서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며 "이 정도면 당시 윤리위에서 결정한 '경고'조치는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일견 그렇게도 볼 수도 있겠으나 대법원 역사상 현직 대법관이 징계처분을 받은 것은 신 대법관이 처음이었다"며 "그런 면에서, 전체 징계 종류에 비춰보면 낮은 정도의 징계지만 그 의의는 자못 크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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