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정감사 현장에는 박근혜 의원도, 문재인 의원도 없었다. 결국 국감장에 남은 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무례한 수감 태도' 뿐이었다"
2012년 국정감사가 사흘째 진행되고 있지만 유력한 대권후보인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감장에서 찾아 보기가 어렵다.
두 사람 모두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검증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배정받은 국회의원이지만 소관부처에 대한 국정감사장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은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5일 오후에 30여분간 국감장에 얼굴을 비췄을 뿐, 단 한차례의 질의응답도 하지 않았다.
문재인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복지예산에 대한 짧은 지적을 한 후 사라져 버렸다. 이날 국감은 오후 8시를 넘기며 진행됐지만 두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세정책 분야에 대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일인 8일에는 두사람 모두 국감장을 아예 찾지도 않았다. 박 의원은 질의순서에서조차 빠져 있었다.
국정감사 사전요구자료 목록에서도 문재인 의원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조치결과나 임직원 급여현황 등 3~4가지 형식적인 자료만 요구하는데 그쳤다.
박근혜 의원은 사전요구자료 자체가 없었다. 20여개 항목의 자료를 요구한 다른 의원들과 대조된다.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감이 진행중인 9일 역시 주질의가 끝나가는 오후 5시 현재까지 두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두 의원은 모두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 해결을 위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등 경제공약을 비중있게 내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감에 임하는 매우 성실하지 않은 태도는 국민들이 두 의원의 경제정책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셈이다.
실물경제 대책과 통화정책, 조세정책 등 굵직한 경제현안이 집중된 국정감사에서 당장 다음 대통령이 될수도 있는 후보자들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을 넘어 국민을 대표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자격, 나아가 대선후보로서의 자격조차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을 점검하라는 기회를 준 것은 국민이다. 더구나 올해 국정감사는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정책을 점검하고, 반성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국정감사다.
특히 이들 대권 후보들의 무성의한 태도는 국정감사 전반을 부실로 이끌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정책검증보다는 대선후보 흠집내기나 감싸기에 몰입하고 있고, 정부관료들도 덩달아 무성의한 수감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는 여야의원들이 증인채택문제로 상당시간을 허비했고, 대선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으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수감자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의원들의 질의시간에 '말자르기'는 물론 마치 벽을보고 대화하듯 의원이 말을 하건말건 중복해서 대답하기 일쑤였다.
일부 의원의 질의에는 동문서답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감에 임하는 '기본자세가 안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한 야당 의원이 "장관의 국정감사 수감태도가 엉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대선에 정신없는 당신들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식의 수감자 태도는 결국 대선주자들과 정치인들의 무성의에서 출발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경제정책질의 하나 하지 않는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건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
정부 관료들과 경제정책을 놓고 침을 튀겨가며 설전을 벌여도 모자랄 시간에 표밭에 가서 몇사람과 악수를 더하는 것이 중요한 대통령 후보라면, 당연히 낙선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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