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판사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미국에서 특허분쟁이 생겼다면 먼저 합의를 시도해야 합니다."
대법원이 개최한 '국제법률 심포지엄 2012' 참석차 한국을 찾은 존 리(44·John Z. Lee·한국이름 이지훈) 미국 일리노이주 북부지법 판사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미국 내 우리기업들의 특허분쟁에 대해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외국기업들은 미국에서 소송하는 것이 얼마나 비싸고 오랜 기간이 걸리는지 모르고 있다"며 "그런 희생을 치러도 소송을 하게 되면 결국 승·패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특허분쟁은 먼저 합의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심포지엄에서 '재판절차에 대한 각국의 국민참여 현황'이라는 주제로 배심제에 대해 발표했다.
기자들과의 만남도 이 발표가 끝난 뒤 쉬는 시간을 통해 이뤄졌다. 당연히 최근 미국에서 선고된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특허소송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특허사건이라는 전문적인 분야에서 배심원제도가 바람직한가가 주 내용이었다.
리 판사는 심포지엄 발표 중 "특허소송 등 전문적인 소송에서는 배심원의 전문성이 부족해 부적절한 평결을 내리거나 편견이나 감정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으나 배심제에 대한 본격적인질문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똑똑하고 현명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삼성전자와 애플사간의 특허소송은 자신이 맡지 않은 소송이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변호사 시절 만난 배심원들은 대부분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리 판사는 "변호사들이 이런 것을 모르고 배심원들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요한 건 변호사가 무엇이 중요한지를 제대로 설명하고 간단명료하게 배심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여부"라며 "그런 것을 제대로 해야 유능한 변호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간 국제 소송에서 애국심이 작용할 우려가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배심원 채택은 매우 공정하고 신중하게 이뤄지고 법관은 독립적인 지위에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리 판사는 독일 아헨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다가 네 살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J.D.를 마쳤으며 같은 대학에서 철학과를 졸업했다.
판사가 되기 전 그리포앤드엘든(Grippo & Elden) 등 여러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특히 판사가 되기 직전에 근무했던 프리본 앤드 피터스(Freeborn & Peters LLP)에서는 파트너로 근무하며 반독점, 지적재산권, 기업분쟁, 상사분쟁 전문 변호사로 활약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