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고조'..은행, 엔화대출 '털기' 고심
수익내기 어렵고 금융당국도 관리 강화
금감원, 만기연장·과도한 가산금리 규제·신규 대출 자제 유도
2012-10-23 14:31:52 2012-10-23 14:33:33
[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은행들이 중소기업 엔화대출의 정리방안을 고심중이다.
 
엔화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키코(KIKO)사태처럼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고조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당국의 관리강화 등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출금의 상환이 잘 이뤄지지 않아 자금이 고정화 돼 유동성 공급이 쉽지 않다.
 
23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은행의 엔화대출 관리강화에 나서고 있다. 엔고현상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대출금리 부담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금감원은 수 차례에 걸쳐 엔화대출 관련 임원 및 실무자들을 불러 리스크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담당 부행장 및 부서장급과 회의를 갖고 환위험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8월에는 자금부장들을 대상으로 외환국제금융포럼을 개최한 자리를 마련하고 엔화대출 관련 취급 주의사항 등을 강조했다.
 
특히, 금감원은 만기가 도래한 대출에 대해 최대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엔화값이 올라갔다고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받지 못하도록 했다. 추가담보 요구 및 신규 대출취급 자제도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엔화대출 관리에 따라 중소기업 엔화대출 관련 민원 건수는 2010년 36건에서 2011년 1건, 올해 9월말 3건으로 줄어 들었다.
 
대출 받은 차주들은 엔화가 떨어질 때까지 상환을 최대한 연장하고 있다.
 
엔화대출금액은 2010년 1조3329억엔, 2011년 1조2380억엔, 2012년 6월말 1조1997억엔으로 소폭 줄어들었을 뿐 큰 폭의 감소는 없는 상황이다.
 
A은행 관계자는 “과거 엔화대출의 경우 환리스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며 “자체적으로 헤지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면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엔화대출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떨어지던 연체율도 다시 오름세를 보이자 은행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연체율은 지난 2009년말 1.52%에서 2010년말 1.45%, 2011년말 1.37%까지 떨어졌지만 올 6월말 1.43%로 다시 올라섰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대출이 수 년간 고정화되고 부실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은행들이 고심하고 있다”며 “차주들은 엔화가 내리기를 기다리며 이자만 내고 원금상환은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들도 분할상환을 유도하고 있지만 차주들이 원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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