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8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관 앞에서 태안유류피해민연합회 시위자 50여명이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집회 후 피해민들의 5대 요구를 담은 요구서를 전달할 방침이었지만
삼성중공업(010140)과의 마찰로 결국 무산됐다.
◇서해안유류피해민연합회 회원들이 8일 삼성 사옥 앞에서 시위 도중 혈서를 쓰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농성을 시작한 시위자들은 오후 3시쯤 '삼성타도'라고 적힌 혈서 현수막을 들고 삼성 사옥 주변을 행진했다. 삼성 사옥 인근에 빼곡히 배치된 경찰이 이를 제지하려 들자 이들은 "정당하게 신고 후 진행하는 집회"라고 강력 반발해 한동안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서해안유류피해민연합회 회원들이 8일 삼성 사옥 앞에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거리 행진 후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는 삼성중공업에 '피해주민 의견서'를 전달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중공업 본사 진입을 시도했고, 길을 건너다 양측 간에 가벼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과의 충돌로 피해 주민들의 본관 진입 시도가 결국 무산되자 한 피해 주민은 "요구서 하나 못 받아들이는 이 현실이 바로 삼성의 현주소"라며 맹비난하며 그 자리에서 요구안을 불태웠다.
의견서의 주요내용은 삼성 측의 공식사과와 이건희 회장의 국회 증인 출석, 그룹 차원의 피해주민 지원대책 등이다. 지난달 25일 삼성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다 자해를 시도한 한 연합회 회원이 전달하려 한 요구안과 내용이 같다고 연합회 측은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에서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서해안유류피해민연합회 회원들이 이를 불태우고 있다.
피해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노인식 사장이 국회 태안특위에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회의원들에게 애원했지만 뒤에서는 직원들을 시켜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삼성중공업에서 12월 안에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1만명 규모의 상경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안유류사고는 지난 2007년 12월 충청남도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의 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약 1만5000㎘의 원유가 유출돼 태안 앞바다를 뒤엎었고, 전 국민이 자발적으로 기름제거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피해주민에 대한 삼성 측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에서 삼성중공업의 책임있는 보상을 촉구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8월 태안피해대책특위가 구성돼 삼성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고, 여기에 안희정 충남도지사까지 그룹 차원의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1000억원의 지역발전기금을 출연해 피해 보상에 나서겠다고 재차 밝혔지만 지역민들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또 정부에서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태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유류피해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의체 구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2월7일 태안 유류 사고가 발생한 지 정확히 5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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