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포스코(005490)가 움츠러들고 있다. 투자가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대내외 경기침체의 여파를 그대로 드러냈다. 불황이 투자 위축을 낳는 악순환의 첫걸음에 포스코도 예외없이 동참했다.
21일 포스코와 관련 IR자료에 따르면 포스코(단독)는 올해 3조9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 2006년 3조8000억원을 기록한 이래 7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 물가 상승률에 따른 화폐 가치를 감안하면 사실상 최악의 투자 성적이다.
포스코는 2008년과 2009년 각각 4조9000억원, 2010년에는 9조4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업계의 불황이 철강업계로까지 번져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2011년에도 5조7000억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올 들어 투자규모가 대폭 줄어들었다. 연초만 하더라도 4조5000억원에서 최대 5조1000억원까지 전망했던 투자를 결국 3조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마저 4분기 투자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스코 뿐 아니라 포스코패밀리의 투자비도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3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포스코 측은 투자비(연결)를 연초 8조9000억원으로 전망했던 것에서 8조4000억원으로 소폭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연결)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된 투자비 집행률은 약 61%다. 역대 투자비 집행추이를 살펴보면 연말 목표로 했던 투자비를 모두 집행하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었기 때문에, 현재까지 밝힌 올해 투자비도 모두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 측은 "투자비 집행은 유동적이라 집행하지 못할 경우, 다음 분기로 이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투자비 감소에 대해 "상황이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투자비를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2010년 9조4000억원라는 사상 최고의 투자액을 집행한 것과 현 상황이 극명히 대조되면서 눈길을 끈다. 2010년은
대우인터내셔널(047050)과 성진지오텍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포스코의 덩치가 커진 원년이기도 하다.
포스코는 당해 3월 성진지오텍을 1592억원에 인수했다. 5월에는 3조3700여억원에 대우인터내셔널 지분 68.15%를 취득하면서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이는 순수철강사업 목적이 아닌 포스코와의 협업을 위한 것이라고 포스코는 밝히고 있다.
한편 최근 일각에서 정준양 회장이 내달 5일 열리는 포스코패밀리 행사에서 초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포스코의 위기감을 한층 가중시켰다. 포스코는 일단 "그런 계획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국내1위 철강기업인 포스코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자체가 잦아지진 않았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으니 불요불급한 것을 빼고는 (투자를) 지연시켜 놓는 것 같다"면서 "어려울 때 싸게 사들일 수 있는 매물들도 있을텐데 지나치게 긴축해 미래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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