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자신도 모르게 새누리당 당원에 가입되는 '유령당원' 사례가 또 다시 발생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직장인 A씨(26)는 지난 12일과 13일 02-3775-****의 낯선번호로 문자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만들기에 동참에 주심을 감사합니다. 박 후보 중앙선대위 임명장에 신청되어 발급되었습니다. 박 후보 당선을 위한 열정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라며 대통령 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이었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한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문자를 또 다시 받았다. A씨는 처음에 선거철 흔한 '스팸' 문자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연일 문자를 받자 의문이 생긴 것이다.
◇새누리당 측이 A씨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A씨는 새누리당은 물론 과거 한나라당 당원에 가입한 적이 없다. 이에 자신이 어떻게 당원으로 가입됐는지 알아보기 위해 새누리당 사무실로 전화해 확인한 결과 당원으로
가입된 것이 맞다는 답변이 나왔다.
당 사무실 관계자는 "지난주에 박근혜 대통령만들기 중앙선대위 임명장이 발급 된 것은 맞다"면서 "지금 전국 100여개 본부에서 당원들 대상으로 임명장을 발급하고 있어서 어느 쪽에서 임명장을 발급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락처를 지워달라는 A씨의 요청'에 대해 "우리 쪽에선 불가능하다. 본인이 등록된 본부를 알아야 그쪽에 요청해서 지울 수가 있다"며 "어디본부에 등록된건지를 알 수가 없다"라는 답변만 남겼다.
이에 A씨는 "새누리당은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중앙선대위 임명장에 신청됐다니 황당하다"며 "직원 말이 사실이라면 개인확인절차 없이 당원에 가입이 되는 것은 새누리당 절차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정치활동을 한 적도 없고, 새누리당 가입 문제에 대해서도 떳떳하다"면서 "당비까지는 빠져나가지 않았지만, 저 말고도 비슷한 유형의 피해자가 많은 것 같은데 정확한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A씨의 어머니인 B씨도 같은 문자를 받은 사실이다. B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정당 가입 여부에 대해서 들어보지도 못했고, 이같은 내용을 통보받은 적이 없다"면서 "같은 문자를 받아 전화를 해본 후 나도 모르게 당원에 가입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기본적인 개인 신상 정보만 있으면 본인 동의 없이 가입이 돼 다른 누군가가 대신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A씨의 사례가 사실이라면 새누리당이 조직적으로 '유령당원'을 모집하면서 개인의 정보를 도용한 의혹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정당법 제42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돼있다.
그러나 당원가입 여부 및 허위등록 과정을 파악하기는 복잡하면서 쉽지 않다. 특히, 지인 학교의 동창회 등의 친목 모임이 당원 명부로 둔갑한 경우도 있다. 또 당 행사가 아니라 지역 행사에 참석하거나 서명을 한 경우가 당원으로 가입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허위등록 피해를 받은 당사자로서는 곱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유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사례에 대해 "동창회 등 불특정 지인을 통해 당 전화번호 명단에 들어가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면서 "착오가 있어 당장 인적명단에서 번호를 삭제할 것이다. 불편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일부 경선 참여자들이 지지 당원 늘리기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며 "원인을 정확히 조사해서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유령당원'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앞서 지난 2006년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유령당원' 모집, 당비 대납 논란이 있었으며, 지난 6월에는 새누리당 내부에 당 간부가 1인당 2원에 220만 명의 당원 명부를 스팸 업체에 팔아먹은 사건이 발생했다.
또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당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론조사기관을 통해 선거인단 명부를 토대로 여론조사를 벌였지만 30~40% 이상은 연락처가 잘못됐고 연락이 닿은 당원들도 실제 주소지에 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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