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지난 주말 안철수 대선 후보가 사퇴를 결정함에 따라 오늘 증시에서 안철수 테마주들은 줄줄이 하한가로 급락했다.
안랩이 지난 주말보다 6200원(14.96%) 떨어져 3만5000원대로 밀려난 것을 비롯해 오픈베이스, 써니전자, 미래산업, 솔고바이오, 우성사료, 다믈멀티미디어 등 상당수 종목이 무더기로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바야흐로 ‘학살’ 수준이다.
하지만 하한가 사태는 오늘로 일단락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안 테마주들은 테마 형성 이전과 비교해 여전히 고평가된 상태다.
안랩의 경우 상승세를 타기 전 가격은 2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당시와 비교하면 아직도 2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오픈베이스, 써니전자, 우성사료 등 상당수 종목들이 이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증시 전문가들은 안철수 테마주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이들 정치 테마주의 무분별한 급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세 테마주 중에 둘은 대선 결과에 따라 몰락할 것이 분명하고, 최종 승자도 테마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성이나 펀더멘털과는 전혀 무관하게, 그저 막연한 기대감에 의지해 주가는 춤을 췄다. 전세계 자본주의 역사에서 숱하게 찾을 수 있는 ‘투기’가 또 다시 재연됐다. ‘폭탄 돌리기’와 다름 아니다.
오늘 상한가를 친 박근혜, 문재인 주도 마찬가지다. 이들 주식이 당장 내일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투자자는 대선결과에 판돈을 거는 도박사와 다를 바 없다.
다음 달이면 가슴치고 후회하는 투자자들이 양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투자자들이라고 이런 결과를 모를 리 없다. 단지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튀기 전에 먼저 시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도박판에 승자는 따로 있다.
개미는 ‘작전’을 이길 수 없다. 매번 작전세력에게 당하면서도 ‘이번은 다르다’는 자기 최면에 빠져 일확천금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의 사태는 테마주의 운명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주식에 왕도는 없지만, 실패의 길은 널려 있다. 남들이 뛰어든다고 무조건 따라가서는 결국 후회만이 남는다.
너무도 당연하고 진부하기까지 한 말이지만 테마주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혹시나’ 하는 요행심이 작전세력을 먹여 살리고 스스로를 패망으로 이끈다.
손정협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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