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답' 안나오는 한수원..또 뭘 숨기나
2012-11-29 18:10:54 2012-11-29 18:12:39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올 한해만 벌써 손으로 다 꼽기 힘들 정도로 숱한 비리와 사건사고를 만들어낸 한국수력원자력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국민들의 생활필수품인 전력 생산은 물론,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위치에 있음에도 그 동안 저지른 '과오'에 대한 자정노력은커녕 외부로부터의 비판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수원이 지난 27일 출범시킨 '원전안전 시민평가단'은 원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원전의 안전을 확인받겠다는 훌륭한 취지의 조직이다.
 
그러나 원전안전 시민평가단이 과연 원전안전을 투명하게 평가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평가단 자체가 이미 매우 불투명하게 조직된 사실상의 '쇼'였기 때문이다.
 
한수원측은 시민평가단이 18개 시민단체로 조직됐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들이 참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참여단체 대부분이 원전에 찬성하는 보수단체들이다.
 
평가단에 포함된 단체는 대한건설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대학생포럼, 바른사회대학생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한노인회, 주부교실중앙회, 녹색소비자연대, 환경보전협회 등 건설업계이거나 보수성향 단체 일색이었다.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가자 "보수적인 단체들이 많아서 진보단체들에게서 비판을 받을까봐 비공개로 한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한수원측의 답변은 참으로 황당할 따름이다.
 
원전 관련 이슈를 독립적으로 분석하고 감시해서 한수원의 제도와 관행, 업무처리, 조직문화 등에 반영하겠다는 시민평가단은 마음껏 한수원을 비판할수 있어야 한다.
 
비판을 두려워하면서 비판을 바라는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자기사람들로만 채워진 시민평가단이 도데체 얼마나 한수원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한수원이 스스로를 비판하도록 만든 조직조차 불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국민들은 당연히 '또 뭘 숨기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밖에 할 수 없다.
 
지난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수원의 원전 운영실태와 근무기강 문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한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한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은 한수원이 여전히 자정의지조차 없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의 도덕성과 자정의지가 바닥을 드러낸 만큼, 이제는 한수원 스스로의 개혁은 불가능해 보인다. 안타깝지만 살을 찢는 고통이 수반된, 외부에서의 파격적인 개혁밖에 살 길이 없다는 생각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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