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22일간의 숨 가빴던 공식 대장정을 마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진인사대천명'의 심정으로 개표를 기다리게 됐다.
71년 대선 이후 42년 만에 양자가 맞붙은 진검승부였다. 보수와 진보 진영이 각각 한 치의 틈도 허락지 않고 결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새누리당은 선진당과 합당하며 충청권에 구애했고 민주당은 안철수·심상정·이정희, 세 사람의 희생을 토대로 박 후보와 마주 했다. 명확해진 이념 전선에다 사상 최초의 성(性) 대결 의미까지 더해졌다.
선거 막판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새누리당의 불법선거사무실 운영, NLL 남북정상 대화록 공개 여부 등 변수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지만 한 번 갈린 표심을 흔들지는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만큼 양측의 지지층이 공고화됐다는 방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후보는 보수 진영이 5년 동안 갈고 닦은 최후의 보루였다. 에이스를 꺼내든 이상 결집은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문 후보 역시 진보 진영이 불러낸 최적의 맞대응 카드였다. 대결은 박정희 대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맞대결로 재편됐으며 이 과정에서 정권심판론은 희석됐다.
그렇게 두 사람이 맞붙었다. 각 진영의 명운을 걸고 상대의 심장에 칼을 겨눴다. 이제 불과 몇 시간 뒤면 숙명과도 같았던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팽팽한 힘의 균형은 투표율에 의해 갈릴 전망이다. 양측은 투표 시작인 오전 6시 이전부터 모든 신경을 투표율 하나에 집중했다. 지역별 조직을 채근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한 후속조치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양 캠프와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승패를 가를 기준점으로 투표율 70%를 설정했다. 이를 하회하면 박 후보가, 반대로 이를 상회하면 문 후보가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양당 선대위 내부에서는 세대별·지역별·성별 유권자 구성 비율로 여론조사 결과를 보정해 접근하기도 했다. 이 경우 72%선이 기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유권자 구성 분포에 주목하며 "세대별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시대를 열었던 16대 대선의 최종 투표율은 70.8%였다. 현재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여야가 관측하는 최종 투표율과 거의 동일한 수치다.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 여기에 있다. 2002년과 2012년 대선에 임하는 세대별 유권자 구성비는 20대 23.2%→18.1%, 30대 25.1%→20.1%, 40대 22.4%→21.8%, 50대 12.9%→19.2%, 60대 이상 16.4%→20.8%로 변화됐다. 박 후보 지지세가 강한 50·60대 중장년층은 크게 늘고, 문 후보 지지세가 강한 20·30대는 확연히 줄었다. 때문에 16대 대선과 같은 투표율일 경우 박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유권자 분포가 고령화된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이 최소 72%는 넘어야 젊은 층이 투표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이들의 참여와 40대에서의 격차가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권자 분포가 중장년층으로 무게의 추가 넘어가면서 투표율은 자연스레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70%를 넘는 기준점이 새로이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반대되는 설명도 있다. 4·11 총선의 투표율이 54.2%로 사상 최저치에 가까웠음에도 총 득표수에서는 야권이 앞섰기에 세대별 성향을 너무 단순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이다. 19대 총선 정당 득표율을 분석해보면 새누리당(42.3%)과 선진당(3.4%)은 총 45.7%의 득표율을 기록한 반면 야권은 민주당(36.8%)과 통합진보당(10.3%)을 합쳐 47.1%의 득표율을 획득했다. 군소정당이었던 창조한국당(0.4%)과 진보신당(1.1%)를 합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정치 컨설턴트인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이와 관련해 "50대를 단순화해 박 후보 지지층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지극히 잘못된 오류"라며 "12.12 사태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 87년 6월 항쟁 등 역사의 현장에 섰던 50대 초반은 40대와 성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성장과 뉴타운이라는 이해에 몰렸던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 대한 반성이 이들의 이념적 성향을 더욱 이끌어내고 있다는 설명은 설득력을 얻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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