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OCI가 2417억원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을 해지했지만 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등하지 않는 폴리실리콘 가격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어 OCI의 이마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OCI(010060)는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세미머티리얼즈와 맺은 2417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폴리실리콘 매출 1조9137억원의 12.6%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OCI는 태양광 업황 악화로 업체들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올해 초에도 미국 에버그린솔라와 맺은 3200억원의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서는 과거 세미머티리얼즈와의 매출 내역을 근거로 이번 공급계약 해지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OCI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세미머티리얼즈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2억5439만달러지만 3년간 실제 매출로 이어진 것은 2219만달러에 불과했다"며 "연간 80억원 규모의 매출에 지나지 않아, OCI의 올해 폴리실리콘 매출액 추정치의 0.9%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멈추지 않는 폴리실리콘 가격의 하락세다. 바닥을 모를 정도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OCI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OCI는 지난 3분기 폴리실리콘 생산을 담당하는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33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달 14일 폴리실리콘 가격이 Kg당 16달러 밑으로 떨어진(15.99달러) 이래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태양광 가격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19일 기준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15.35달러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이 바닥인지, 언제쯤 가격이 반등할 수 있을지는 전문가들조차 예상을 주저하고 있다. 1차적으로 바닥 다지기가 진행되면서 진정 국면을 거쳐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불안한 수급 구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복수의 증권가 연구원들은 OCI 3분기 실적이 나왔을 때만 해도 여기서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없다고 장담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젠 누구도 15달러선이 바닥이라고 장담하지 못하게 됐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여기서 더 안 떨어진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며 "심리적인 안정선인 20달러가 무너진 상황에서 15달러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발 훈풍이 불어와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중국 업체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여 전 세계적인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은 주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12차 5개년 계획기간 동안 태양광 설치 목표를 21GW에서 40GW로 늘린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만 연간 10GW의 물량의 소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폴리실리콘 물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7만톤의 물량이다.
하지만 이 물량은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으로 충당이 가능해 OCI를 비롯해 다른 업체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기용 연구원은 "중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폴리실리콘 물량은 8만5000톤 정도인데, 필요한 양은 연간 7만톤 정도"라며 "중국 쪽에서 증설하는 물량은 중국 내에서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이 중국 내에 물량을 공급하면서 후발 업체들의 구조조정이 늦어짐에 따라 폴리실리콘 가격의 반등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상황에서 폴리실리콘 가격반등이 이뤄지기 위해선 자연스러운 수요 증가가 뒤따라야 하는데, 증권가에서는 이 시기가 빨라야 내년 3분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수요가 증가하면서 빠르면 내년 3분기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서서히 올라갈 것"이라며 "그렇지만 OCI가 폴리실리콘에서 흑자를 보는 시기는 내년 4분기는 되야 가능할 걸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복수의 증권가 연구원들도 내년 3~4분기에는 폴리실리콘 가격이 서서히 오르겠지만 예전의 가격을 되찾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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