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제유가 하락 전망..정유·화학업계 울상
2012-12-28 14:28:39 2012-12-28 14:30:27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내년 국제유가가 올해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화학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판매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어 유가 하락은 매출 하락으로 직접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는 지난 26일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10달러선을 형성,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문제와 글로벌 경기불황에 따른 유가 급등락 위험성도 같이 경고했다.
 
 
 
정유·석유화학업계는 내년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업계는 지난 2분기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까지 떨어지면서 배럴당 8달러를 웃돌던 정제 마진이 2달러선까지 급락한 경험이 있다. 2분기 정제마진이 75% 이상 감소하면서 지난 10년간 흑자세를 유지했던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영업 적자 악몽이 닥쳤다.  
 
이후, 국제유가가 100달러선까지 회복하고 정제 마진도 7달러선까지 오르면서 1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석유화학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폴리에틸렌과 염화비닐수지(PVC) 등 범용제품들은 글로벌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각사들이 보유한 고부가 특화제품들은 아직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실적에 큰 영향을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미국·유럽 등 석유화학제품 소비국들의 경기 활성화가 늦어지면서 제품가격 회복 기대감마저 낮아지고 있다.
 
이에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석유제품가격 자체가 내려가 내년도 평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며 "국제유가가 지난 2분기와 같이 큰 폭의 하락만 없다면 어느 정도 하락에도 연착륙할 수 있어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도 "중동 석유화학업체의 경우 나프타 대비 에탄가스 기반의 우수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내 점유율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며 "에틸렌 계열 합성수지(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업계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내년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증권가의 정유·석유화학업계 내년 전망은 낙관적이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중순을 고점으로 하락했던 정제 마진이 12월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춘절을 앞두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윤활기유 수익성 하락에도 파라자일렌(PX)과 벤젠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내년 정유·화학업계는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PTA는 PX를 주원료로 사용하며,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섬유와 페트(PET)병 생산에 사용된다. PX는 지난 2010년 이후 판매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설비투자가 가장 활발한 부분이다.
 
판매가격도 지난 2010년 톤당 1065달러에서 2011년 1562달러까지 상승했고, 올해는 1501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돼, 업계는 PX의 가격 상승이 향후 1~2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는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기존 80만톤의 PX 생산능력을 오는 2014년까지 JX에너지, 싱가폴과 합작 투자해 각각 100만톤, 22만톤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SK에너지 역시 PX 증설을 위해 8000억원 유산증자 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오는 2014년 100만톤 증설을 마쳐 모두 220만톤의 PX를 생산할 예정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PX는 10~20년 장기적 관점에서 정유업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기업들의 설비가 완성되는 2014년 이후 PX의 과잉공급이 예상되지만, PX가 생활 필수 품목과 연결돼 있어 지속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성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인도의 휘발유 수요 증가로 인해 휘발유 혼합용으로 중질납사를 쓰게 되면 PX를 만들 피드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적인 PX의 업황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현재 아시아에서 PX 공급이 부족하지만, 2013년 이후 대규모 증설이 완공되면 '폴리실리콘'과 같은 시장 악화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국내 정유사들의 과도한 PX 신증설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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