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국내 은행을 둘러싼 먹구름이 걷히면서 은행주에 봄볕이 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바젤3 도입 시기를 연기한데 이어 우리나라를 비롯해 27개 주요 국가 은행 감독기관들이 참여하는 기구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은행의 자산보강 규제 시기를 늦추고, 기준을 완화키로 결정하면서 은행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지난 4분기 실적 부진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바젤3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치가 상향될 수 있는 점 등 이번 바젤위원회의 조치가 은행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바젤위, 은행 자산보강 의무 완화 결정..은행株 주가 상승 압력 '↑'
지난 7일 바젤위원회는 스위스 바젤에 있는 국제결제은행(BIS)에서 최고위급 회의를 열고 은행의 LCR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시기를 기존 2015년에서 2019년으로 4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LCR은 은행의 자산 가운데 현금,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특히,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경우 은행이 외부 지원없이 30일 간 자산을 처분해서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당초 바젤위원회는 2015년부터 LCR을 100%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었으나, 은행들이 LCR을 2015년까지 60%를 넘기게 하고, 이후 매년 10%씩 단계적으로 높여 2019년부터는 100%를 넘기도록 했다.
또한 현금과 국채 및 우량 회사채로 한정했던 고유동성 자산의 범위를 일부 주식과 우량 주거용모기지담보부증권(RMBS)까지 확대키로 했다.
대다수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바젤위원회의 조치가 국내 은행 마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은행주의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자본시장 조달분에 대한 급격한 축소가 불필요해 창구·시장 조달 비중 조절에 대한 은행들의 유연성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운용 측면에서 현금·국공채를 포함한 저원가 고유동성 자산 증대 계획을 장기적 관점에서 수립도 가능하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바젤위원회의 조치에 따른 고유동성 자산 범위의 확대는 은행의 국채매입 쏠림 현상을 완화해 운용수익률 하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도 순이자마진이 하락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LCR 규제 완화는 은행업종에 긍정적 뉴스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황석규
교보증권(030610) 연구원도 "올해로 예정돼 있던 바젤3 도입을 잠정 연기한다는 방침은 지난해 말 정부의 발표와 맞물려 최근 은행산업을 둘러싼 규제가 일부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판단한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국내 은행들의 자금조달 및 운용에 있어 유연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돼 은행주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창욱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낙폭 과대에 따른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메리트에 규제환경 개선 기대감 등으로 은행주의 상승 논리를 꺽을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은행주의 주가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규제 수준 상향 가능할 수도.."은행株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일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바젤위원회의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에 은행주 수혜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LCR 규제 도입시기가 여전히 2015년인데다 도입시점에 기존 원화유동성비율을 감안한 LCR 국내 규제 수준은 바젤 3 LCR 규제치 60%보다 상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증시에서의 은행주 움직임도 이번 바젤위원회 호재를 반영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를 비롯해 국내 은행주들은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은행의 순이자마진 압박 요인 중 하나였던 LCR 규제가 완화된 점은 은행주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면서도 "국내 LCR 규제 도입시기는 여전히 2015년이며, 도입시점에 기존 원화유동성비율을 감안한 LCR 국내 규제 수준은 바젤 3 LCR 규제치 60%보다 상향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이어 "이번 LCR 규제 완화로 인한 순이자마진 압박요인 소멸 효과와 이로 인한 주가에 대한 긍정적 영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정현
SK증권(001510) 연구원도 "이번 조치가 6개월에서 1년 뒤엔 은행의 좋은 지표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은행의 수익 마진이 지난해 초반부터 녹아있기 때문에 유동성 규제 완화 영향이 초기에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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