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진기자] 한국거래소가 증시 인프라를 수주하고 각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아시아 지역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계약이 합리적으로 체결됐는지 여부가 해외 진출의 성공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아부다비증권거래소(ADX)와 '양 거래소간 상호협력·정보교환'을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거래소는 최근까지 지속적인 해외 수주 실적을 달성해왔다. 지난 2008년, 2010년에는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거래소를 설립했다. 이어 지난해 8월31일에는 태국에, 12월26일에는 베트남에 증시시스템을 수출하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과의 계약은 아시아 국가들과 거래했던 금액 중 가장 많은 3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하는 시스템 부문이 매매·시장감시·공시·정보분배·청산결제·예탁등록 등 6개 부문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의석 경영지원본부 해외사업개발팀장은 "지난 2009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3년 만에 체결됐다"며 "베트남 국영 호치민 거래소와 하노이 거래소의 시스템이 현저히 달랐기 때문에 통합과 구축계획이 나오기까지 체결이 다소 지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주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의 MOU체결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번 아부다비증권거래소와의 계약 외에도 지난 2011년 8월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거래소와 MOU를 맺었다.
오 팀장은 "MOU체결은 쉽게 말해 남녀가 선을 보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며 "향후 수주를 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는 측면에서 제일 먼저 시작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와 학계에서는 이같은 거래소의 활발한 아시아 진출에 대해 수주 건수나 규모보다는 '계약의 합리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봉수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어떤 기관이 수주 실적을 지속적으로 거두고 있다는 점은 매출향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계약대금을 제 때 줄 수 있는지 여부와 계약 상대방이 정부 기관인지, 정부에서 출자한 기관인지를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현실화된 가격에 계약이 체결됐는지를 점검하는 일도 중요한 문제다.
엄경식 서울시립대 경영대학 부교수는 "캄보디아 수주 건 당시 비용이 많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제대로 책정된 값을 받았는지, 비용 대비 합리적이었는지 여부가 성공과 실패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초기 계약금이 적더라도 일단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계약을 체결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향후 몇 년간 유지·보수에 따른 비용을 받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번 국내 증시인프라를 수입하면 이 시스템에 맞는 유지·보수 서비스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와 아부다비증권거래소는 10일 상호협력과 정보교환을 내용으로 하는 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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