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황민규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13)이 명문 사립중학교로 꼽히는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을 통해 입학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화 과정에서 완화된 입학 전형 기준을 이용했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 정서법을 어겼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2008년 국제중학교가 비싼 학비로 인해 귀족학교 논란이 일자 이를 탈피하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자구책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우수한 자녀들을 선발함으로써 사회적 논란과 비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것.
이후 국제중학교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경제적 배려 대상자’와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로 나뉘어 진행됐다. 경제적 배려 대상자에는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 가정의 자녀들이 해당된다.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에는 소년소녀 가장을 비롯해 한부모 가정과 조손가정 등 결손가정의 자녀들이 포함된다.
특히 비경제적 배려 대상 요건을 갖춘 지원자가 크게 줄면서 2011년 경제적 조건에 구애 없이 모두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입학 정원 164명 중 32명이 대상이다. 이 부회장 아들의 경우 부모가 2009년 이혼함에 따라 한부모 가정 자녀에 포함된다. 현재 이 부회장이 자녀(1남1녀)를 양육하고 있다. 규정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국제중학교와 삼성 측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국민 정서에 위배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인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22일 “초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편부 슬하에서 자랐다. 정서적으로 배려해야 할 민감한 시기”라며 “(국제중 입학) 규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국민 정서상으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한국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삼성가의 자녀를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볼 지를 놓고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이 부회장 아들의 영훈초등학교 학예 발표회에 임세령 대상HS 대표가 참석하는 등 역할과 교류는 여전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 대표는 이 부회장과의 이혼 후에도 자녀의 학부모 모임에는 빠짐없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수명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제도는 말 그대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라며 “개별 학교들이 정책 취지에 맞게 제도의 원칙과 정신을 따라야 하는데 형식적인 룰만 따르다 보니 결국 약자를 배려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이를 더 역이용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 회장은 “사회적 배려 제도 자체가 일부 상류계층이 편법을 써서 자녀를 국제중학교에 입학시키는 도구로 전락했다”며 “국제중학교는 상류층 자녀들이 특목고 진학을 위한 관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녀 교육마저도 경제력에 따라 되물림 된다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이 심한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민 바람이 민심으로 집약, 경제민주화 광풍을 몰고 왔음에도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행태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벽으로 공고화됐을 뿐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한국사회의 이기적 단면을 드러낸 사건으로까지 비화되는 분위기다.
한편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일반 전형과는 선발 방법이 다를 뿐 아니라 경쟁률에 있어서도 현격히 낮다. 추천서, 자기개발계획서, 학교생활기록부 등 제출 서류를 심사해 3배수를 뽑은 뒤 추첨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일반 전형과는 달리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교감과 교사 등으로 구성된 입학전형위원회가 서류 심사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직접 선발한다.
이 부회장의 아들이 합격한 2013학년도 국제중학교 입학전형에서 일반전형 경쟁률은 9.32 대 1이었던 반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은 4.8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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