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혼탁해진 휴대폰 시장에서 '호구'와 '고객'을 결합한 ‘호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어느날 100만원에 판매됐던 스마트폰이 불과 다음날 50만원에 팔리는 일이 예사다. 불법 보조금이 판치면 시장질서가 혼탁해 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방송통신위원회 제재에 따라 영업정지가 진행 중이지만, 보조금 경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무분별한 휴대폰 판매경쟁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짚어본다. (편집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최근 이동통신 3사에 '과징금'과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내렸지만 보조금 뿌리기가 근절되지 않으면서 방통위의 무력함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정권 말기 레임덕에다 차기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따른 조직축소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방통위의 권위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영업정지' 강수에도 보조금은 '여전'
방통위는 지난해 12월24일 보조금을 남발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통 3사에 총 66일간의 영업정지와 총 118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갤럭시S3가 10만원대에, 아이폰5가 30만원대에 판매되는 등 이통 3사의 게릴라성 보조금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
실제로
LG유플러스(032640)의 영업정지 기간 중 일일 번호이동 건수가 방통위의 시장과열 기준인 2만4000건을 상회하는 3만~4만건에 달할 정도로 '치고 빠지기식' 보조금 행태는 여전했다.
한마디로 방통위의 영업정지 처분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얘기다.
영업정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이 정상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방통위는 지난 18일 현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사실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비조사격인 실태점검과 달리 사실조사는 행정처분을 전제로 진행되는 만큼 추가 제재가 가능해, 방통위가 나름대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역시나 난무하는 보조금을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영업정지 영향 '제한적'"
시장에서는 이번 영업정지가 이통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방통위 무능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동통신사 영업정지 처분 사례들.
지난 2002년엔 SK텔레콤 30일, KTF·LG텔레콤 20일간 영업정지가 진행됐고, 2004년엔 SK텔레콤 40일, KTF·LG텔레콤 30일의 영업정지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6월 영업정지 발표 이후 그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SK텔레콤이 32%, KTF가 52%, LG텔레콤이 278%의 상승폭을 보이면서 실적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영업정지는 ▲과거에 비해 짧은 영업정지 기간 ▲인구대비 106%로 포화상태인 현 이동통신 가입자 ▲신규모집 금지에 따른 보조금 지급 감소 등을 감안하면 이통사 실적에 미칠 영향이 더욱 적을 것으로 보인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사례를 볼때 영업정지 후 서비스매출 대비 분기 마케팅 비용이 17%까지 하락했었다"며 오히려 영업정지가 마케팅 비용의 하락을 가져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영업정지 기간동안 발생하는 올해 영업이익 상승효과는 SK텔레콤 2.7%, KT 2.1%, LG유플러스 2.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상황 몰리자 제살깎아먹기 'LTE 무제한' 카드
최근 이통사들은 LTE 데이터 무제한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았다. 3G(3세대) 당시 트래픽 폭증으로 고생했던 것을 감안하면 결코 나올 수 없을 것으로 봤던 서비스다.
업계는 이번 서비스가 영업정지로 인한 타격을 만회하려는 이통사들의 '히든카드'라고 분석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0만원이 넘는 요금제를 3사가 비슷하게 출시했는데 과연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자사의 마케팅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싼 무제한 요금제는 사용량이 많은 헤비유저 일부만 사용하겠지만 트래픽 과다로 인한 불편은 사용량이 적은 사용자들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영업정지 기간동안 신규가입과 번호이동이 불가능해 고객 유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이에 따른 손해를 고가의 무제한 요금제로 메우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이통사는 영업정지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고 새로운 탈출구를 찾고 있다. 방통위가 더 이상 '영업정지'로 이통사를 통제할 수 없음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지금 방통위가 형평성 있는 제도를 만들지 못한채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린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정부기관으로서 확실한 잣대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통신 3사의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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