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 '경제민주화'가 새해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건 부의 편중이라는 '불균형'이 해마다 더욱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계는 기업들의 역할을 통해 이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와의 '상생'과 '사회공헌' 활동을 공들여 강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실상은 어떨까? 그간 단편적인 조사나 평가는 있었지만, 사회공헌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본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10대 그룹의 최근 3년간 사회공헌도를 분석해 대기업들이 소비자인 국민과 사회에 어느 정도 '공헌'을 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진단해 봤다. 다만, 다수의 기업들이 지난 4분기 실적집계를 아직 마치지 못한 상태여서 기준점을 2011년으로 정했다. 그룹별 영업이익 산출은 비상장사가 포함돼 있어 자세한 내역 공개가 어렵다는 설명에 따라 재벌닷컴과 몇몇 대형 증권사의 도움을 받았다. (편집자)
국내 10대 그룹의 사회공헌 실적은 예상과 달리 아주 미미했다. 평균 매출액 대비 0.2%에도 미치지 못했음은 물론 벌어들인 수익인 영업이익에 대비해도 3%라는 그리 높지 않은 벽을 넘지 못했다. 기부금을 합한 규모다. '경제민주화 열풍은 허상'이라는 평가가 어색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10대그룹 사회공헌규모 및 영업이익 대비 비중(회계연도 2011년 기준)
◇10대그룹 사회공헌도, 매출액 대비 0.17%·영업익 대비 2.25%
우선 10대 그룹의 지난 2011년 기준 사회공헌 비용 총액은 1조3941억원(한진 제외)으로, 이를 9개 그룹사로 나눌 경우 평균 금액은 1549억원이었다. 대상에서 제외된 한진의 경우, 사회공헌 활동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그해 176억원의 기부를 했을 뿐이다. 이마저도 전년도 기부액(207억원)에 비하면 31억원 줄어든 규모다.
한진을 제외한 2011년 10대 그룹 매출 총액은 830조5억원, 영업이익은 55조1253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의 경우 비상장 계열사들이 많아 자료 공개 없이는 집계 자체가 어려운 롯데도 한진과 함께 제외됐다.
이를 적용해 10대 그룹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 비용을 산출하면 평균 0.17%에 불과했다. 영업이익 대비로는 채 3%에도 못 미치는 2.25%로 집계됐다. 830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55조원의 수익을 올리는 동안 사회 나눔에는 1조3941억원만 썼다는 계산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의 경우 2011년 기준 한해 집행한 사회공헌 비용이 4000억원 정도로, 10대 그룹 가운데 규모는 가장 컸으나 매출액과 영업이익 대비로는 최하위권에 속했다. 삼성은 그해 254조6000억원의 매출과 22조60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를 기준으로 사회공헌 비용을 환산할 경우 매출액 대비 0.16%, 영업이익 대비 1.77%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같은 해 매출액 77조7979억원, 영업이익 8조755억원을 올렸다. 사회공헌 비용은 전년(1250억원)보다 207억원 늘어난 145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0.19%, 영업이익 대비 1.80%로 삼성과 비슷했다. 다만 현대차는 지난해에도 17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며 해마다 꾸준히 비용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SK는 2011년에 1600억원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사용했다. 매출액(111조2177억원) 대비 0.14%, 영업이익(8조3465억원) 대비로는 1.92%에 달하는 수준이다. SK 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1700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해마다 100억원 가까이 늘려온 기조를 유지했다.
LG는 같은 해 1300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했다. 매출액(142조원) 기준으로는 0.09%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2조8001억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4.64%로 비중이 껑충 뛰었다. LG는 최근 3년간 유지해온 1300억원대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를 올해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重, 압도적 '1위'..롯데·포스코·한화 '꼴찌'
롯데는 2011년 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비용을 썼다고만 알려왔다. 매출액 73조원을 감안하면 0.07%에 불과하다. 영업이익 대비 비중은 롯데 측이 “비상장사들 집계를 따로 하고 있지 않아 전체 영업이익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해 따로 산출하지 못했다. 다만 “삼성 등 4대 그룹에 비하면 (사회공헌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만 내놨다.
포스코는 같은 해 697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했다. 계열사 분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규모가 미미해 전체 금액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 당해 매출액(68조9387억원) 대비 0.10%, 영업이익(5조4081억원) 대비 1.29%의 비중을 차지, 한화와 더불어 최하위권에 속했다. 게다가 전년(759억원)에 비해 사회공헌 비용이 62억원 감소하며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엔 계열사 확대 등으로 '몸집 불리기' 비판을 받은 국정감사를 의식한 듯 920억원을 집행, 223억원을 늘렸다. 포스코는 올해도 지난해 규모의 사회공헌 예산을 책정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2011년도 연결 기준으로 봤을 땐 1.29% 수준이지만 단독 기준으로 집계하면 1.6%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2011년 3472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하며 규모면에 있어 삼성에 이은 2위를 차지했다. 특히 매출액(53조7116억원) 대비 0.65%, 영업이익(4조5357억원) 대비 무려 7.65%의 비중을 보였다. 단연 1위였다. 더욱이 전년(1564억원) 대비 사회공헌 비용이 1908억원 크게 늘며 2배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유력 정치인(정몽준)을 최대 주주로 두고 있는 만큼 사회공헌을 소홀히 하기 어려운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GS는 같은 해 650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썼다. 매출액(8조4930억원) 대비 0.77%, 영업이익(9300억원) 대비 6.99%의 비중을 차지하며,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2011년 들어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비상장사인 칼텍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빠진 결과라 일정 부분 감안해서 봐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 칼텍스는 GS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2011년에만 매출액 47조9462억원, 영업이익 9300억원을 기록했다.
한진의 경우 자료 공개를 전면 거부함에 따라 금융감독원 전자공지시스템에 공시된 대한항공의 기부금 내역만을 추산했다. 한진은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이 대한항공으로 역할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2011년 176억원의 기부금을 내 매출액(11조6399억원) 대비 0.15%, 영업이익(1조2357억원) 대비 1.42%의 비중을 보였다. 꼴찌권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었지만 전년(207억원)에 비하면 기부금은 31억원 줄었다.
한화는 전체 꼴찌의 불명예를 안아야만 했다. 한화는 2011년 265억원의 사회공헌 비용을 지출했다. 매출액(40조2416억원) 대비 0.07%, 영업이익(2조4248억원) 대비 1.09%의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나마 사회공헌 규모가 전년(253억원) 대비 12억원 늘었고, 지난해 역시 15억원을 늘려 280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규모가 10대 그룹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삼성·롯데·한진, 자료공개조차 거부..해명 '제각각'
이번 조사에서 그나마 자료를 공개한 곳은 현대차·SK·LG·포스코·현대중공업·GS·한화 등 7개 그룹에 불과했다. 재계 1위 삼성을 비롯해 롯데·한진 등 나머지 3개 그룹은 며칠에 걸친 요구에도 끝내 공개를 거부했다.
해명도 제각각이었다. 삼성의 경우 “2007년 이후 일절 사회공헌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원칙이고 규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집요한 요구 끝에 건네받은 것은 2011년 총액 규모 정도였다. 사업별 예산과 집행내역 등 구체적 수치는 아예 전달받지 못했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계열사별로 사업 실적이 집계되지 않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유통 재벌인 롯데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였다. 롯데 측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사회공헌 내역이나 집행금액 관련해서 대외에 공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어렵게 입장을 선회, 2011년 사회공헌 총액 수준만 알려왔다. "턱없이 부족해 다른 그룹과 비교대상이 될까 걱정"이라며 대상을 4대 그룹으로 축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도 곁들였다.
한진은 한발 더 나아가 “취합된 자료조차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사회공헌 활동이 전면 위임됐다는 지주사 설명을 듣고 대한항공에 문의한 결과, 역시 같은 답을 들었다. 한진 관계자는 “예산이라고 하기엔 워낙 사회공헌 비중 자체가 적어 아예 (자료가)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나머지 그룹들도 마지못해 자료를 건넸다. 다른 그룹들의 사회공헌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괜한 공개를 통해 비교대상이 되지 않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일부 그룹들은 2011년부터 회계기준이 K-IFRS로 바뀐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현대차·SK·GS 등은 개별 회계기준(GAAP)을 적용했던 2010년과 K-IFRS를 적용한 2011년 실적 차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매출액과 영업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용을 산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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