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한국판 토빈세'..논쟁 재가열
2013-01-31 16:58:25 2013-01-31 17:00:33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급격한 외화 유출입을 막기 위해 '한국판 토빈세' 도입 카드를 꺼냈다. 최근 가파른 환율 하락으로 변동성이 확대되자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의 '한국판 토빈세' 도입 검토 소식에 학계를 비롯한 금융시장에서는 토빈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토빈세 도입에 적극적인 외환당국과는 달리 학계는 찬성 속 신중한 주문을, 시장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정부, 환율급락에 '한국형 토빈세' 도입 검토
 
3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 투기자본(핫머니)을 규제하기 위해 단기성 외환 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인 일명 '토빈세'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하 차관보)은 지난 30일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해외자본 유출입 변동성 확대, 이대로 괜찮은가' 세미나에서 자본 유출입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시장 안정 방안을 밝혔다.
 
방안으로는 ▲공기업의 불필요한 해외 차입 억제 ▲모니터링 강화 ▲은행들의 선물환 거래 여력 축소 ▲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분에 대한 가중치 부과 ▲NDF 거래의 중앙청산소(CCP) 이용 의무화 ▲외환건전성 부담금 제도강화 등과 함께 토빈세가 거론됐다.
 
최 차관보는 "최근 양적 완화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 대응 조치 역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단기 해외투기자본을 규제하자는 토빈세의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토빈세를 도입하면 국제적인 '왕따'가 될 수 있다"며 토빈세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
 
정부가 이처럼 '한국판 토빈세' 도입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환율이 시장의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해외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토빈세가 도입되면 우선 외환시장에서 단기 핫머니의 빈번한 유출입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급격한 해외자본의 유출입 변동성을 억제할 수 있다. 또 외환거래세를 부과하면 세수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토빈세 도입은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유동성 감소를 가져오고 시장의 효율성을 낮춘다. 또 주가 폭락 등 금융불안을 불러올 수 있고, 거래 자체가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이와 같은 우려 때문에 본래 의미의 토빈세가 아닌 '변형' 토빈세, 즉 '한국판 토빈세'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최 차관보는 "본래 의미의 토빈세는 최초 제안 당시와 비교해 시장여건이 크게 변화해 외환파생시장을 통한 규제회피가 가능하고 규제대상이 되는 투기적 해외자금과 해외직접투자, 수출입자금 등의 구별도 곤란해 도입을 반대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한국판 토빈세'를 구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날선 공방..정부·학계 '찬성' vs 시장 '반대'
 
정부의 '한국판 토빈세' 도입 검토 소식에 학계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정부는 추가적인 외환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반면 학계는 찬성 속 신중한 주문을, 시장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는 "최근 채권 부문에서 급격한 자본유입이 나타나고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면 현행 14%의 채권이자소득세 외에 토빈세 부과를 심각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모든 현물환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 도입은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정근 고려대학교 교수는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신조 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른 원화의 추가 절상이 우리나라 성장률을 1% 포인트 이상 추락시킬 수 있다"며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위한 신축적인 금융거래세 도입 등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에 시장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성희 JP모간 대표는 "큰 방향에서의 자본유출입 완화 방안은 이해되지만 지금은 국내 펀더멘털 악화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출에 대한 전략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우 NH농협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어떤 방식이든 거래세를 물리면 시장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시장참여자의 헤지비용 증가, 금융산업 위축에 따른 고용악화 등 사회적 비용이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환거래에 세금을 물리면 현재 원화 강세를 이끌고 있는 원화 매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나중에 반대로 원화 약세가 나타났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제도는 한번 도입하면 고치기 힘든 만큼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