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반도체와 경기도청, 경찰이 발표한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간대가 일치하지 않으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1일 경기경찰청 등에 따르면 사고 당일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내 CCTV상에서 작업자들은 28일 오전 0시13분부터 오전 7시45분까지 사고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밝힌 경위와는 상당 부분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27일 오후 11시38분부터 STI서비스 작업자들이 수리작업을 시작해 오전 4시46분에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보수작업의 횟수도 삼성은 2차례라고 밝혔지만 경찰은 박 씨 등은 3차례 사고 현장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업'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달라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산 유출과 관련한 수리 작업은 앞서 발표한 오전 4시59분에 종료된 것이 맞다"며 "이후 현장 정리 작업이 진행됐고 오전 6시경 패트롤 직원들이 그 작업을 도와줬다. 정리 작업이 종료된 이후 상황 파악을 위해 보호 장구를 해제해 살펴보니 이상 징후가 생겨 병원에 후송된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여기에 경기도가 불산 사고 일시를 28일 오전 6시경으로 기재하면서 더 큰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경기도가 발표한 사고시간과 삼성이 주장하고 있는 사고시간 사이에 17시간의 시간차가 생긴 셈이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경기도가 상황보고 자료를 환경부 등 모두 7개 상급 및 유관기관에 전파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회 양근서(민주통합ㆍ안산6) 의원은 지난달 31일 '2013년 경기도 업무보고'에서 "경기도가 상황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사고 발생시각을 28일 오전 6시로 명시했다"며 "이는 불산 누출 이상 징후가 감지된 27일 오후 1시22분보다 17시간 늦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잘못된 사고시간 전파에 대해 삼성전자가 잘못 보고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무게를 뒀다. 그는 "삼성전자가 사고 발생 시각을 경기도에 거짓으로 보고했다면 이는 명백히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관련업계에서 삼성반도체가 사건 발생 직후 '주먹구구식' 해명을 늘어놓으며 상호간의 불신이 형성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례로 삼성반도체 측은 지난 27일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지만, 30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는 "종종 누출 사고가 벌어진 바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당시 설명회에서 이승백 삼성반도체 상무는 "(불산이) 작업에 의해 일시적으로 작업자 옷에 튄다든지 묻기도 하는 일이 있었다"며 "불산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에 작업 중 순간적인 누출은 있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양산시키기도 했다.
앞서 2010년 9월에는 불산 누출로 직원 한 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청업체 직원(당시 37세)이 배관 공사를 하면서 밸브를 잘못 건드려 불산이 누출됐다. 이때도 삼성 측은 관계당국에 불산 누출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처음부터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관기관, 언론 등에 밝히지 않았더라면 고의적 은폐에 대한 의혹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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