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기자]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에서 지난 28일 발생한 불산 누출 사고 과정에서 삼성반도체의 초기 대응 미흡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공식 해명을 통해 밝힌 내용과 달리 현장 피해자들은 이번 사고가 일상적인 보수·유지 작업 도중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유출 정도가 '심각한 상황' 이었다고 증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한강성심병원에서 사고 피해자들을 치료 중인 임해준 화상외과 교수(사진)는 29일 "사고로 사망한 박 모씨의 경우 불산에 대한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환자 반응을 봤을 때 적지 않은 양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병원의 치료에도 반응이 없고 심실세동을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005930)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총 2ℓ 가량의 불산이 누출됐다. 이는 극히 소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씨 사망에 대한 주치의의 진단, 현장 피해자의 증언 등을 조합해 보면 상당량의 불산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반도체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임 교수는 "일반적으로 불산에 노출될 경우 물로 씻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보통 산의 경우 10분 이상 지속적으로 씻어내면 매우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삼성반도체가 이번 불산 누출 사고 과정에서 초기 대응을 미흡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28일 이후 해명해온 내용이 현장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관리 업체인 STI서비스로부터 이번 불산 누출 사안이 일반적 유지·보수 수준이라고 전해들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서 가장 먼저 유출 부위를 발견한 박 모씨(33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이) 위급했다"고 전했다.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 건물의 저장탱크 내부에서 불산 유출 부위를 목격했을 당시 상황에 대해 박씨는 "임시로 막아 놓은 비닐 봉지에 불산 액체가 넘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방제복(내산복)을 갖춰입지 않았다가 상황이 심각해 유출 부위를 임시 봉합한 뒤 다시 방제복을 갖추고 작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망한 박 모씨(34세)의 경우 이미 발표된 삼성전자, 경찰 당국 등의 진술과 마찬가지로 "(박 씨가) 방제복을 제대로 갖춰입지 않았던 것 같다"고 확인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사고 피해자들의 기자간담회가 돌연 취소되는 해프닝이 벌어져 현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삼성 압력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한강성심병원측과 함께 사건 경위에 대한 질의응답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간담회를 두 시간가량 앞두고 갑자기 이를 취소했다.
현재 한강성심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자 4명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며 차도에 따라 최소 2주에서 한 달간의 치료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4명의 환자 중 한 명은 전신을 기준으로 10% 가량의 화상을 입은 상황이어서 최대 한 달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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