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다중채무자 대책은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 지원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하우스푸어 대책으로 논의 중인 국민행복기금을 '저소득층을 위한 포괄적 자활지원 기구'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10일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다중채무자문제 해결을 위한 네 가지 접근방법’ 보고서를 내고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3군데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다중채무자는 322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소득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는 다중채무자는 173만명, 대출 총액은 217조원으로 파악됐다. 고위험군이라고 볼 수 있는 30일 이상 연체자는 23만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대출 15조원에서 은행 대출은 4조원에 불과했다.
서정호 선임연구위원은 "잠재위험군 중 은행대출을 보유한 채무자의 대출 건전성이 양호하고 연체 채무자의 은행대출 비중은 비교적 작다"며 "금융회사들이 위기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높게 쌓은 점을 감안하면 다중채무자 대출의 부실화가 금융시스템의 혼란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중채무자 대책은 금융시스템의 안정화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 지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서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서 다중 채무자의 채무를 한 곳에 집중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 채권 매매 당사자 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채무 유형별 공정가격을 사전에 결정하는 방안이다.
그는 또 다중채무자 해소를 위한 기금 운영시 자금제공자가 잔여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유인 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연체채권 매입대금을 행복기금 채권 등으로 지급하되 일정기간이 지난 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혹은 추가배당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어 현재 논의 중인 국민행복기금이 다중채무자 문제 해소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를 저소득층을 위한 포괄적 자활기구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 연구위원은 “반복되는 채무불이행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중채무자와 관련된 통계 및 정보보유체계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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