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NHN(035420)은 이번 기업분할의 취지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경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적지 않은 이들이 지배구조 변화의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게임을 분리시키는 데 인적분할 방식을 사용했다는 점이 특히 논란거리다. 어차피 포털과 게임사업의 연계가 지속된다면 '100% 자회사 설립'을 의미하는 물적분할로도 독립성 부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사주를 존속법인 NHN에 귀속시키기로 한 것은 지주사 전환 등 대주주 경영권 강화에 활용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계산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NHN, 취약한 지배구조..‘아킬레스건’
널리 알려진 것처럼 NHN 지배구조는 매우 취약하다. 실질적 오너 역할을 맡고 있는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은 4.6%며, 이준호 COO 등 특수관계인까지 다 합쳐도 9%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복잡한 창업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삼성SDS 사내벤처로 시작해서 한게임과 합병을 하고, 몸집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창업자 대부분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퇴사를 했다. 특히 2008년 NHN의 또 다른 핵심축이었던 김범수 한게임 창업자가 비전이 다르다는 이유로 결별을 선언했던 게 결정적이었다.
이후 기관과 외국인들이 주식 보유비중을 늘려가면서 점점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간섭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비록 지금은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고, 실적 또한 나쁘지 않아 당장 현실화되지 않겠지만 회사측에서는 장기적 부담을 해소할 특약처방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인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인적분할? 자사주?"..지주사 전환설 대두
그래서 나온 게 지주사 전환설이다. 최근 SK증권은 중장기적으로 NHN의 지주사 전환을 다음과 같이 예측했다. 우선 인적분할을 통해 회사는 존속법인 NHN과 신설법인 한게임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양사는 같은 주주구성을 갖게 되고, 이해진 의장 외 특수관계인이 각기 9% 지분율을 확보한다.
여기서 자사주는 존속법인에 귀속, 한게임 9.5% 지분을 NHN이 가져감으로써 지주사로 전환할 토대가 생긴다. 문제는 한게임을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일. 이를 위해서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를 가져가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상 공개매수를 통해 나머지 10.5%를 확보해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주식 맞교환 방식을 통해 한게임 주주들의 주식을 NHN의 신주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 경영진(이해진 의장 외 특수관계인)이 지분 9.5% 보유한 상태, 자사주는 9.54%.
◇ 인적분할을 통해 회사는 NHN과 한게임으로 분리되고, 자사주는 NHN으로 귀속된다.
경영진은 9.25%씩 두 회사 지분을 가져간다.
◇ NHN이 한게임의 주식을 공개매수한다. 경영진은 한게임 지분 9.25%를 넘겨주고,
대신 NHN의 지분을 받는다. (주식 맞교환) 이로써 경영권 강화와 수직계열화를 한번에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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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이 의장 외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상승과 한게임 계열사 편입을 한번에 해결, 자연스레 지주사 체제가 완성된다. 만약 호재가 생겨 한게임의 주가가 올라가거나 소액주주들의 지분 맞교환 참여가 저조하다면 경영진 지분은 더욱 올라간다.
회사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NHN은 경영권 강화를 준비했다"며 "사실 김상헌 대표를 영입하게 된 계기도 2003년 LG가 재벌기업 최초로 지주사 전환을 시도했을 때 법무팀장으로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점이 크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경영진의 회사 지배력이 강화되는 반면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만큼 논란의 소지가 크다.
◇네이버-한게임 결별설.."현실성은 낮아"
업계 한쪽에서는 LG와 GS 사례처럼 창업자들의 결별 때문에 한게임을 인적분할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한게임 이사회 의장에 이준호 COO(최고운영책임자)가 내정됐기 때문이다.
NHN 한 내부관계자는 “이 두 사람은 사업방향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곤 했으며, 특히 지난해 대규모 조직개편과 임원들 사임이 잇따른 것을 두고 두 인맥라인의 충돌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만약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두 임원은 지분정리를 통해 각 사업체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미 외국인과 기관 비중이 많은 상황에서 결별한다고 해서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분율을 높이려고 해도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도 부족하다.
따라서 이 둘은 '죄수 딜레마 모델'을 거울 삼아 공멸의 길을 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NHN은 지주사 전환 등 절대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업분할에 대한 풍문이 돌았을 때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던 일이 있는 만큼 시장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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