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방카슈랑스 시행 10년을 맞았지만 금융기관의 `꺾기`(구속성 예금) 등 불완전판매 관행은 여전하다. 꺾기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앞세워 대출고객에 예금가입 등을 압박하는 행위다. 한국 금융권의 고질적 병폐이기도 하다.
오히려 갈수록 진화하는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행위는 저신용 개인고객과 중소기업을 옥죄는 모습이다. `동반성장`과 `상생`이란 시대적 화두에 역행하는 사례임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방카슈랑스 시행후 성행하는 보험 꺾기는 은행의 불완전판매 민원을 더욱 키웠다.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올해 은행과 보험사의 경영환경이 어둡다는 전망은 보험 꺾기는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새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실태를 집중 점검할 방침이어서 그 대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30년 묵은 관행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단초로 금융당국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中企대출에 '꺾기' 되레늘어.."불완전판매 지능화"
#서울 외곽 소재에서 A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박모 사장은 지난해 말 대출을 받기 위해 주거래은행 문을 두드렸다. 은행 직원은 박씨에게 대출을 조건으로 2년 납입 형태의 방카슈랑스(저축성 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주거래은행인데다 급박한 상황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박씨는 부인 명의로 보험을 가입한 후에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애초에 박씨에게는 보험가입 의지가 전혀 없었다.
은행들이 중소기업들의 대출 신청시 예·적금 가입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의 중소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2 중소기업 금융이용 및 애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시 애로사항으로는 ‘예·적금 가입 요구’가 11%로 2011년의 7.6%보다 오히려 늘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 중소기업의 80.3%가 은행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은행 거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금 등의 가입을 강요하는 불공정행위인 꺾기는 더 늘어났다. 대출심사가 까다로워 은행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소기업 측 항변이다.
특히 방카슈랑스의 경우 보험료와 이자 부담을 동시에 가중시켜 기업과 가계의 연체 위험을 높인다.
불완전판매는 곧 계약자들의 금전적 손실로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부터 6주에 걸쳐 국내 6개 은행을 대상으로 방카슈랑스 영업행위에 대한 테마검사를 실시한 결과 5개 은행에서 부적절한 영업행위를 적발했다.
이들 대부분이 꺾기 또는 보험 상품의 만기 환급금 규모를 설명하지 않아 고객에 피해를 준 사례다. 은행 영업직원들의 거짓말에 유인된 소비자들은 일시납으로 계약했을 때보다 수천만원이나 적은 만기환급금을 받게 됐다.
◇"꺾기 처벌 강화해야"..솜방망이 처벌 '그만'
금융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10월 이후 은행법·은행업감독규정 등 법규개정을 통해 조치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이른바 ‘1%룰’이 바로 그것.
은행이 중소기업과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개인에게 해주는 대출 시기를 전후해 한 달 안에 월 납입금이 대출금의 100분의 1을 초과하는 금융상품에 가입했을 때는 차주 의사와 상관없이 꺾기로 간주하는 방침이다. 약자 입장에서 꺾기를 강요받았다고 밝히지 못하는 차주를 대신해 당국이 먼저 제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조건을 교묘히 피해간 꺾기는 더 많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월 1%룰이 ‘1%까지는 합법적’이라는 기준이 되거나 한 달만 지나면 불법을 피할 수 있는 허술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꺾기 처벌조항이 솜방망이 수준이란 평가도 나온다.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한 과태료도, 임원 견책이나 주의조치 등의 징계수준도 역시 미미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 직원들이 적발돼도 원상복구나 견책 등의 낮은 수위의 처벌이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유혹을 계속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험 꺾기의 경우 손실이 훨씬 크다고 했다. 적금의 경우 언제든 해지해도 원금이 보장되지만 대부분 방카슈랑스라는 보험과 연계돼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적어도 7년 내지 10년 장기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당국은 감독지침이 인색하다는 점부터 인식해야 한다. 상품별로 적기 유형이 가장 많은 방카슈랑스 등에 대한 처벌이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구원 금융국장은 "월 1%룰의 요건을 연중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또 차주뿐 아니라 차주 특수관계인의 현금흐름과 재무상태, 수익보고까지 확대해 주시하면 예금·대출 증가 등의 징후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사전적 구제, 예방 없이는 병폐를 치유할 수 없다는 설명을 더했다.
감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금감원은 오는 하반기 현장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김봉진 금융서비스개선국 금융서비스개선2팀 팀장은 "금융기관의 꺽기 행태를 조사하는 테마검사(부문검사)에 나설 방침”이라며 “2011년부터 매년 테마를 정해 부문검사를 실시해왔다. 은행검사국의 건전성 종합검사가 우선될 것이며 현재 시기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 서비스도 강화했다.
이달 초 금감원은 금융사의 불공정 영업을 차단하고자 금감원 중소기업 금융애로상담센터 내에 ‘중소기업 대출관련 불공정행위 신고반’을 설치하고 꺾기 등 금융사의 불공정 영업행위에 대한 익명의 제보를 접수받는다.
만일 법규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해당 금융사 영업점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금융사의 불공정 영업을 차단하고자 금감원 중소기업 금융애로상담센터 내에 ‘중소기업 대출관련 불공정행위 신고반’을 설치했다.
*이 시리즈기사는 4월5일(금)과 12일(금) 낮 12시30분 토마토TV를 통해 특집프로그램 `토마토스페셜 1·2편`으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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