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김승연
한화(000880) 회장이 갑자기 불편함을 호소며 몸을 뒤척였다.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재판장 윤성원)가 15일 "피고인(김 회장)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바르게 누워 선고를 듣다가 재판장의 유죄선고에 법대를 등뒤로 하고 방청석으로 돌아 누웠다. 의료진이 곧바로 김 회장의 건강상태를 점검했고 김 회장은 다시 안정을 찾았으나 허망한 표정이었다.
이날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김 회장은 침대에 실려 법정으로 들어왔다. 지난 결심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면도도 안 한 상태였다.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는 1시간여 동안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당뇨가 악화돼 건강상태가 악화된 김 회장에게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윤 부장판사도 4차례나 물로 목을 축였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동석한 의료진은 한시도 긴장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의료진은 재판 도중 총 세차례에 걸쳐 김 회장의 건강 상태를 살폈다.
재판부가 김 회장의 유무죄 여부를 짚어내는 동안, 대법정을 가득 메운 200여명의 얼굴에서 희비가 갈렸다. "검찰의 항소가 이유 있다"는 대목에서 한화 측 관계자가 내 뱉은 신음에서 초초함이 읽혔다. "피고인의 항소를 받아들인다"는 순간, 김 회장 측 변호인단 소속의 한 변호사는 희미하게나마 미소를 띠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의 배임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1심 판결 이유를 대체로 유지했지만 1심(징역 4년)보다 1년이 감형된 결과였다. 그러나 방청객 분위기는 일시에 가라앉았다. 곳곳에서 탄식과 한숨이 새어 나왔다. 재판에 참관한 한화측 관계자로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한 남성은 문을 박차고 법정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한화 측도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못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법조계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에서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있다. 재판부도 (김 회장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배임죄를 적용한 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건강 상태를 고려해 김 회장의 구속집행정지를 유지키로 했다. 이로써 김 회장은 다음 달 7일 오후 2시까지 구속을 면하게 됐다. 구급차에 실려 등장한 김 회장은 다시 구급차를 타고 법원을 떠났다.
한화 측은 "판결문을 받아보고 변호사와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더 이상의 말을 아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1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구급차를 타고 서울법원종합청사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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