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워크홀릭'(일 중독)으로 유명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요즘도 분초를 다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난해 9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은행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직원들조차 얼굴 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은행에 대한 공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어 리딩뱅크 수장 앞에 놓인 책임감도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강 행장은 작년 10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위기가 한창일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은행간 외화차입에 대한 정부의 지급보증 필요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좀처럼 `튀는' 행동을 하지 않는 강 행장의 이런 제안은 금융권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도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강 행장은 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는 다른 은행과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건전성 관리에 치중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쓰나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외형보다 내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화두는 건전성 관리"
- 새해 경영 방향은.
▲ 올해 은행 경영에서 중요한 화두는 건전성 관리와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를 통한 리스크 관리다.
경쟁은행과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시장 선도적인 리더십을 구축해 나갈 것이다. 또 계열사 간 교차 및 협력 마케팅을 강화할 것이다.
- 외화유동성 위기는 넘겼다고 보나.
▲ 정부 지원과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등으로 국내 은행들의 단기 외화유동성은 현재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을 가정하고 준비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초반부터 연간 상환금액(약 17억5천만 달러)을 넘는 21억 달러의 중장기 자금을 조달해 외화유동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올해도 시장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외화자산을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이다.
- 외화 차입에 대한 정부지급보증과 자본확충펀드 이용 계획은.
▲ 정부의 지급보증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은행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자체 역량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
현재로서는 중소기업 등에 대한 실질적인 자금 지원 능력이 충분해 자본확충펀드의 도움 없이도 자체적으로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 "부실기업 구조조정 선행돼야"
- 그동안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방위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에 풀린 돈은 많지만 이 자금이 은행을 거쳐 실물경제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한은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 최근 한은이 환매조건부 채권(RP) 매입을 통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자산운용사로 간 유동자금이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수탁사인 은행 계정에 남게 돼 은행권 자금이 잉여 상태로 보일 수 있다.
이는 자산운용사가 고객의 일시적인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예치기간이 초단기인 자금이어서 은행의 대출재원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민간부분에 자금을 최대한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공급해 시장경제의 첨병역할을 할 것이다.
-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견해는.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정상기업과 부실징후가 있는 기업을 판단하기 어려워 크레디트물의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돼 있는 상황이다.
크레디트물 금리를 안정시키고 정상기업에 대해 원활한 자금지원이 이뤄지려면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
- 새해 환율 전망과 재테크 조언은.
▲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양상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 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 우위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무차별적인 미국의 달러 공급 여파로 달러의 약세 추세에 따라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 추세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올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적으로 1,200∼1,300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장기자금보다는 단기자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여전할 것이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외화금융자산 등은 상반기보다 하반기 수익률이 다소 높을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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