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故 노무현 前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출처로 지목한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최고 책임자가 증인으로 소환될지 주목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정보 제공자'의 증언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입증 책임이 '발언자'에게 있다고 강조한 만큼, 조 전 청장으로서는 더 이상 카드를 숨길 수도 없어 보인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조 전 청장이 8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사유도 '정보 제공자'을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전주혜)는 전날 열린 조 전 청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강연 내용의 진위가 쟁점이며 입증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 피고인이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들었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전 청장이 '(정보 제공자가)법정에 서길 원하지 않는다.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는 등의 사유를 대자, 재판장은 '재판부는 진실을 발견하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정보 제공자를)밝히지 않으면 그 부담은 피고인이 지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조 전 청장은 1심 재판과는 달리 '절대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굽혔다.
이날 그가 첫 번째로 지목한 인물은 지난 2010년 3월경 논란이 불거졌던 강연이 있기 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나 '차명계좌' 이야기를 들려준 '신뢰할 만한 유력인사'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이던 당시 나보다 경찰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한 임경묵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전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4일 그를 불러 증인심문할 예정이다.
아직 베일에 싸인 조 전 청장의 정보 제공자는 강연 후에 '차명계좌'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해줬다는 전직 대검 중수부 금융자금수사팀장 이모씨와 대검 중수부 최고 책임자다.
지난 2008~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자금 흐름과 관련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총괄했던 이는 지금은 변호사 개업을 한 이인규 전 중수부장, 홍만표 전 수사기획관이었다.
사실 조 전 청장은 1심 재판에서도 이들 정보원의 직업을 언급했었다. 정보의 출처를 추궁하는 재판부에게 그는 "강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중수부 핵심 수사라인에 있던 검사와 수사관에게 더 자세한 얘기를 직·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된 첫 번째 정보 제공자의 증인신문이 끝나면 조 전 청장은 남은 두 사람의 실명을 밝혀야 하는 선택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끝내 함구할 수도 있지만,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을 보이기 위해 입을 열게 될 경우 이들의 소환 여부도 주목된다.
혹여 이들이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구인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중이던 2010년 3월 경찰관을 상대로 한 내부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망했나. 뛰어내리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느냐"고 발언해 같은해 8월 노 전 대통령 유족들로부터 고소·고발당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조 전 청장을 고인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조 전 청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 받았지만, 1심 재판과정에서 '유력인사'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았고,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실로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믿을만한 사람의 조직, 개인을 감쌀 것이 아니라 말한 사람으로서 그 근거를 밝혀야 한다"며 "미궁의 막연한 상태를 두는 건 허위사실 유포보다 안 좋은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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