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업무보고)재벌 폐해 정조준한 공정위..국회 조력이 관건
2013-04-24 10:46:10 2013-04-24 10:48:52
[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이르면 이달말 발표된다.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은 오는 6월 추진될 예정이다.
 
대기업의 카르텔을 보다 엄격히 규제하기 위한 과징금 상향 조정 역시 6월 중 추진된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노대래, 이하 공정위)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3년 업무계획'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엔 재벌 폐해를 시정하고 기업의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비중있게 담겼다.
 
특히 삼성 경영권의 편법세습 논란으로 대표되는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선 신규출자는 물론 기존 순환출자에서 추가출자되는 부분까지 원칙적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는 이날 보고한 내용 다수를 6월 중 법 개정 추진으로 이루겠다고 시기도 못박았다.
 
결국 입법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 협조가 경제민주화 정책의 성공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재계 공격 집중된 공정거래법 개정 천명..재벌조사국 신설도 공언
 
공정위는 올해 정책 방향으로 ▲대기업집단의 폐해 시정 ▲경제적 약자의 경쟁기반 확대 ▲담합관행 척결 ▲소비자가 주인이 되는 시장환경 등 크게 4가지 추진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첫번째와 두번째 계획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 근절 ▲신규 순환출자 금지 ▲지주회사 전환 촉진을 위한 금융자회사 규제 개편 ▲금융보험사 보유주식 의결권 제한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논란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 방침도 분명히 했다. 법이 명시한 부당내부거래의 요건을 넓혀서('현저히 유리한 조건' → '상당히 유리한 조건')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그만큼 폭넓게 규제하겠다는 설명이다.
 
부당내부거래를 지원한 주체뿐 아니라 지원 받은 객체에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규제 강도 역시 높였다.
 
다만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일 경우 총수일가의 관여·지시 사실을 '추정'해 제재케 한 부분은 과잉규제일 수 있다고 물러섰다.
 
공정위가 부당내부거래를 감시·조사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한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된다.
 
재계가 반발하고 있는 이른바 '재벌조사국' 부활을 사실상 공언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도 시동걸 듯..금산 분리·지주사 전환 강조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재차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금산분리 원칙의 당위성을 밝힌 한편 대기업집단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토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중간작업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집단이 금융보험사를 끼고 지배력을 확장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금융보험사 지분율을 5%로 제한하는 의결권 제한 강화 방침도 같이 보고했다.
 
또 오는 6월엔 '기업 지배구조 개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 사외이사 제도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법집행 실효성을 높여라..과징금 부과율 올라가나
 
담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론 과징금의 실질부과율을 '대폭 상향'한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세부내용을 정하는 고시 개정은 6월 중 추진될 예정이다.
 
같은 시기 도입을 예고한 집단소송제의 경우 판결의 효력범위를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하는 'Opt-out(제외신청형)' 방식으로 추진한다고 밝혀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경우 최근 3년간 가격담합 사건의 약 43%에 대한 피해구제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편 경제적 약자의 경쟁기반 확대 방안으로 제시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 부여 ▲가맹점주 권리강화를 위한 제도 장치 마련 등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달라졌다, 어떻게?
 
공정위의 이날 업무보고는 '기업 프렌들리'를 강조한 지난 정부에서 "기업의 자율적 거래질서 개선"을 강조한 전례와 비교해 강도 높은 규제방향을 예고한 것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공정위는 '물가 관리'의 조력자 역할에 머물렀단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엔 재벌의 폐해를 정조준한 준사법기관으로 한발 옮겨간 모습을 보였다.
 
관건은 재계 반발을 견디고 국회가 얼마큼 역할을 해주느냐에 달렸다.
 
공정위의 정책방향 다수는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표시광고법, 소비자기본법 등 5개 법률 개정이 뒤따라야 이뤄질 수 있다.
 
이 가운데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건 2개 뿐이다.
 
이와 관련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도 경제민주화 조치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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